[시론/장순흥]세계로 뻗는 ‘중소형 원자로 SMART’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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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흥 KAIST 교수 한국원자력학회장
장순흥 KAIST 교수 한국원자력학회장
전자제품 디자인의 화두는 얼마나 얇고, 얼마나 가벼워졌는지가 관건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원전 시장에서도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중 최근 지어진 것은 모두 전기출력이 1000MW 이상인 대형 원전이다.

표준설계인가 획득 시장공략 나서


최근 수년 사이 대형 원전의 5∼10분의 1 정도인 ‘중소형 원전’을 새로 짓고 싶어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도입하고는 싶은데 대형 원전을 짓기엔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국가 전체 전력망 규모가 작아서 큰 원전이 부적절한 나라, 땅은 넓은데 인구는 적고 흩어져 있어 대형 원전을 지으면 송·배전망을 구축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나라,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비슷한 크기의 원전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나라 등이다.

이들의 기대를 가장 먼저 충족시킬 신상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개발해온 스마트(SMART) 원자로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표준설계인가란 새로 개발한 원자로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내주는 인허가로, 표준설계인가 획득은 곧 원자로 개발의 완성을 의미한다. 미국 등 원자력 선진국들이 중소형 원전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개발해온 중소형 원전이 가장 먼저 시장 진입 채비를 마친 것이다.

지난 15년간 우리 원자력계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SMART는 출력이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인 중소형 원전이다. 규모의 경제 때문에 대형 원전과 비교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SMART가 겨냥하는 시장은 대형 원전과는 다르다. 특히 현재 전 세계 발전소의 93%는 출력 500MW 이하 규모의 중소형이고 그중 대다수가 화력발전소인데 화석연료 가격 상승과 시설 노후화로 많은 국가가 중소형 원전으로의 교체를 희망하고 있다.

SMART의 미니멀리즘은 출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형 원전은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들을 대형 배관으로 연결한 형태인 반면 SMART는 대부분의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설치한 일체형 구조다.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가장 심각한 사고 가운데 하나가 배관이 깨지면서 냉각재가 유실되는 것인데 SMART는 이 같은 사고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한 혁신적 원자로다.

SMART는 안전성 향상을 최우선으로 해 설계됐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가 냉각이 안돼 온도와 압력이 연일 치솟아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SMART는 지진이나 지진해일(쓰나미) 등으로 전원이 차단돼 냉각수를 돌리는 펌프가 가동을 멈춰도 자연대류 현상만으로 냉각수를 돌려 최대 20일까지 원자로의 열을 제거할 수 있다.

한국 원자력계가 독자기술로 개발


SMART가 갖는 또 다른 경쟁력은 다양한 활용도다. SMART는 핵분열 연쇄반응에서 발생한 열을 전력 생산뿐 아니라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에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성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며 해수 담수화에 막대한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는 중동국가들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SMART에 관심을 보여 온 건 이 때문이다.

미국 일본과 국제기구 등이 예상하는 중소형 원전 세계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50∼100기, 금액으로는 약 350조 원이다. 15년 연구개발 끝에 100% 토종 기술로 SMART를 완성한 한국은 원자력 선진국들보다 앞서 SMART가 인허가 획득에 성공함에 따라 거대한 블루오션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장순흥 KAIST 교수 한국원자력학회장
#시론#장순흥#카이스트#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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