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승주]北 ‘용어전술’ 비호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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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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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우리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가 도를 넘었다. 차마 눈을 바로 뜨고 읽을 수가 없다. ‘거친 용어’를 사용해 북한 내부의 적개심을 조직하고, 우리 내부 공포심을 확대하는 북의 용어전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일희일비할 필요도, 겁먹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의 용어전술에 현혹돼 그들의 논거를 따라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곡해하는 일부 우리 사회 내부의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

北 공세적 대남공세 고무시켜


최근 북한은 우리 대통령이 ‘통중봉북(通中封北), 농지개혁’이라는 용어를 써 그들 체제의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사용한 용어를 그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속상해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짐작하건대 ‘통중봉북’을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대북전략으로 잘못 이해했을 수 있다. 그리고 ‘농지개혁’ 발언이 북한 체제의 경제적 측면에서 만든 ‘체제 수립 신화’를 무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내부에서 새 지도자로부터 정치적 신임을 더 얻기 위해 경쟁하는 차원에서 ‘체제 존엄’을 걸어 막말로 우리 지도자를 비판하는 근거로 활용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부 인사는 우리 정부가 사용한 용어가 북한을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통중봉북은 “북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논리로 북을 위협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사실관계와 우리 정부의 의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거나 왜곡한 ‘비호논리’다. 사실관계 측면에서 볼 때 통중봉북은 중국과 남북관계의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이후 중국은 북한의 반대에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한국을 지지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남북한에 보인 중국의 태도를 설명하는 상황에서 통중봉북이라는 용어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반영한 표현이다.

더구나 용어 사용의 의도와 관계없이 왜곡이 심하다. 우리가 중국과 전략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을 ‘통중봉북’이라 하자. 통중봉북의 의도가 무엇인가? 통중봉북의 의도는 북한 체제의 숨통을 끊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노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그러한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위해 협력한다는 궤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농지개혁도 그렇다. 농지개혁이란 용어를 사용한 연설 내용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북한도 중국, 베트남 등과 같이 동기 부여 방식으로 농업을 개혁하여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한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북측 주장을 비호하는 우리 내부의 논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 첫째는 북측이 그들 주장과 입장을 강화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 둘째, 우리 내부의 분열을 강화한다. 북측의 잘못된 주장을 강화하고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는 것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우리 내부의 비호논리는 북측 이데올로그들의 공세적 대남정책을 고무시키고,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

남북관계 더 악화시킬 위험성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의 강경 발언이 북측 대남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하고 남북관계를 악화한다고 진단한다. 지금의 험악한 남북관계는 누가 만들었는가? 민간여객기와 여객선에 전자파 공격(재밍)을 하고 있고 서울 도심 공격을 공공연하게 예고하는 북측의 태도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 진단이다. 북측이 ‘체제 존엄’을 내세워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것보다 더 경계해야 할 논리가 북측 주장을 비호하는 우리 내부의 논리다. 북한 주장을 비호하는 논리는 우리 사회, 북한 주민, 남북 관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시론#백승주#북한#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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