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경제기초 갉아먹기 시작한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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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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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최근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이자 부담을 늘리고 소비를 위축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낮추고 있으며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저소득층 생계형 대출 급증


실제로 우리 가계부채 규모는 매년 8%씩 증가해 작년 말에는 913조 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가계부채의 질 또한 나빠지고 있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 늘어난다면 가계부채는 우리의 경제 성장을 정체시키고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가계부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일자리가 없어 발생하는 생계형 대출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해고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로 전환됐고 곧이어 중국의 등장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따라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과학기술 수준을 높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제조업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연금체제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연금이 없는 경우 퇴직 후 생계를 위해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퇴직한 50대의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금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금을 받는 집단은 공무원과 교원 그리고 군인밖에 없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노년층의 연금 수요는 늘어나는데 제도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노후를 걱정하는 근로자들은 퇴직 후 살 수 있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노동조합을 통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상인들은 이윤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결국 이는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으로 나타나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를 줄이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는 연금제도를 신속히 구축해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면서 급격한 가계대출 회수에 신중해야 한다. 비록 과거에는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났으나 지금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이 염려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현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문제지만 급격한 하락 역시 가계부채 부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 영향 없게 점진적으로 줄여야

금리를 과도하게 높이거나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는 정책 또한 신중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저금리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에도 원인이 있고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린 데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는 지금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가계대출을 회수하는 경우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서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가계부채는 줄여야 하지만 급격한 회수는 위험하다.

지금 우리 가계부채는 구조적이어서 단기간에 줄이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그대로 두면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더욱 늘어나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뇌관이 된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을 해결하면서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여야만 금융회사 부실과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고 가계부채의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 분석을 통해 신중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시론#경제#가계부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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