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스완트 싱]미얀마의 봄이 불러올 亞 패권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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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완트 싱 전 인도 외교장관
자스완트 싱 전 인도 외교장관
수십 년간 서방 사회의 제재를 받아 고립됐던 미얀마(버마)가 희망의 땅이자 새로운 긴장지대로 부상하고 있다. 미얀마는 4월 1일 실시되는 보궐선거를 계기로 서방 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20년간의 가택 연금에서 풀려나 참여하는 이번 선거는 미얀마 민주화의 시금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얀마의 봄’은 ‘거대 게임(Great Game)’이라 불리는 아시아의 새로운 패권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얀마는 강대국들의 흥미를 끄는 나라다. 영토는 프랑스보다 크고 인구는 비슷한 규모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로버트 캐플런은 최근 저서 ‘몬순’에서 미얀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얀마가 아시아의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거대한 미개척 자원 부국이라는 점에서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얀마의 전략적 중요성은 인도 중국 태국 동남아시아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에서 기인한다. 북쪽은 히말라야 산맥, 동쪽은 티크나무 산림, 서쪽은 벵골 만, 남쪽은 인도양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은 미얀마의 역사와 정치를 좌우해 왔다.

아시아에서 강대국의 거대 게임이 시작된 초기인 1885년 윈스턴 처칠의 아버지 랜돌프 처칠 경은 당시 버마를 영국령인 인도의 한 주로 합병했다. 벵골 만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식민지 전쟁의 일환이었다. 미얀마의 역사학자 탄 민우는 처칠 경이 버마를 벼랑으로 밀어버렸다고 비판한다.

1937년 버마는 영국령 인도로부터 분리됐지만 5년 뒤 일본군의 침공으로 다시 식민 통치를 받았다. 1947년 대영제국의 몰락으로 자유를 찾았지만 수난의 끝은 아니었다. 버마의 독립을 주도했던 아웅산의 암살로 정국이 혼란에 빠졌고 결국 군부에 주도권이 넘어갔다. 오랜 기간의 군사 독재 영향으로 미얀마는 글로벌 무대에서 고립됐다.

중국 역시 인도와 인도양을 향한 남부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백 년간 미얀마를 종속시키고자 했다. 중국은 남서부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항구, 철로, 고속도로 건설 등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의 미얀마 기피 분위기를 이용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얀마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이유가 단지 무역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은 자국 안보 및 중국의 파워 확대에 미얀마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중국의 잠재적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인도는 미얀마 군정에 대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양심의 가책을 제쳐뒀다. 미얀마와의 문화 경제 사회 군사적 유대가 중국보다도 깊다. 현실정치라는 이유로 인도는 지난 20년간 군사독재를 해 온 미얀마와의 교역 투자를 확대했다. 때때로 중국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엄청난 양의 가스가 매장된 미얀마 서부 해안의 슈웨 가스 개발지역에 파이프라인 두 개가 설치될 예정인데 하나는 중국으로, 다른 하나는 인도로 연결된다. 탄 민우는 이런 전략적 경쟁을 우려한다. 그는 “미얀마를 가로지르는 교차로(두 개의 파이프라인)가 국가 간 단순한 연합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미얀마의 전략적 중요성을 탐색하는 동안 미얀마에서 인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되살아나고 있다. 미얀마가 인도와 같은 민주적 자유를 열망하면서 국제사회 역시 미얀마를 포용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도덕적 지도자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미얀마의 독립 영웅 아웅산의 딸이자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수치 여사다. 앞으로 미얀마를 중심으로 벌어질 거대 게임은 현실정치와 경제적 이해만으로는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자유에 대한 이상과 열망이 그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자스완트 싱 전 인도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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