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샘물]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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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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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물 교육복지부
이샘물 교육복지부
“원장은 명절마다 해외여행 가고 기념일마다 명품 샀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매달 운영이 힘들어 자기 월급도 안 나온다고 ‘징징’거립니다. 그럴 때 보육교사들은 황당할 뿐입니다.”

어린이집 집단휴원 사태가 일단락됐다. 잠잠해졌나 싶은데, 보건복지부 인터넷 게시판은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보육교사들이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일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집단휴원 당시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주장했다. 자기편을 들어주는데도 보육교사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원장들이 말로는 우리 편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방패막이 삼아 자기들의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민간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처우는 전적으로 원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원장이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으니 박봉과 임금체불에 항의도 못한다. 심지어 원장의 불법 행위를 보고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휴원에 반대하는 보육교사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보육교사 A 씨는 “휴원을 앞두고 원장이 대정부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교사 처우 문제가 들어 있었지만 우리에게 그와 관련해 물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교사 처우 문제가 부각되는 바람에 많은 학부모가 보육교사들이 주도해 휴원이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보육교사 B 씨도 “원장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라. 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당신들 아닌가. 부끄럽지 않으냐”며 이중성을 꼬집었다. 힘없는 보육교사들의 처지를 이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상한 보육교사가 의외로 많다. C 씨는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대우에도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긍심으로 버텨왔는데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었다”며 “부모들의 항의를 접할 때 정말 괴롭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휴원 결정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와 부모일 것이다. 하지만 보육교사도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다. 어쩌면 학부모와 보육교사는 ‘한배’를 탄 건지도 모른다. 바로 이 때문에 어린이집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정부는 보육교사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사근무환경 개선비는 보육교사의 통장이 아닌 어린이집 명의의 통장으로 지원되고 있다. ‘밥줄’을 쥔 원장의 불법·편법 행위에 대해서는 확실한 단속과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그게 제2의 어린이집 휴원 사태를 막는 길이다.

이샘물 교육복지부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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