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민간어린이집 집단휴원 엄포, 알고보니 ‘봄방학’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노지현 교육복지부
노지현 교육복지부
민간 어린이집의 집단 휴원 첫날인 27일, 다행히 큰 혼란은 없었다.

대구, 대전, 광주 등 8개 지역 민간 어린이집이 휴원에 동참하지 않았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참여율이 저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 부산 등 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현황조사에서 99.8%가 부모들의 불편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운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집단 휴원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소속 전국 민간 어린이집 분과위원회가 계획했다. 이날부터 1주일간의 일정이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확대한다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모든 혜택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을 ‘파업’으로 내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파업은 상급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조차 23일부터 반대해 왔다. 결국 분과위원회는 상부의 결정도 어기고 실력행사를 한 셈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국공립, 직장, 민간 등 총 4만 명의 어린이집 원장이 모여 만든 단체로, 민간 어린이집 회원(원장)은 이 가운데 1만5000명 정도다.

파업을 강행한 까닭은 뭘까. 많은 사람들이 이날 치러진 분과위원장 선거를 지목하고 있다. 모두 5명의 후보가 나섰는데, 현직 위원장이 재선을 노려 일부러 ‘투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집단 휴원을 투쟁수단으로 결정한 것도, 상당수 어린이집이 봄방학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어린이집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집단 휴원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다. 이재용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어린이집은 교사 이동이 잦은 2월 마지막 주에 봄방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슬쩍 어린이집 집단 휴원으로 포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경기지역 어린이집 중 절반 정도는 몇 주 전부터 가정통신문을 통해 “꼭 맡길 곳이 없는 아이들만 모아 한 반만 운영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선거 전략이 통했던 걸까. 27일 선거에서 박천영 현 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복지부를 찾아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29일 당직교사도 두지 않는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혼란이 벌어지더라도 요구는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현 정부에서 주는 보육료 지원금을 더 늘려주고,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만 4세 어린이의 경우 정부가 17만7000원을 어린이집에 주고 부모는 6만9000원을 추가로 낸다. 정부와 시도지사가 보육료 상한선을 매년 정한다. 내년에는 정부지원금을 22만 원으로 올려주기로 했지만 이들은 “올해부터 올려주고, 보육비 상한선도 없애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장 자체를 묵살할 건 아니다. 다만 방식이 틀렸다. 엄마들은 “원장들이 그런 자세라면 차라리 어린이집에 갈 정부보조금을 각 가정에 양육수당으로 지급해 달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꼼수’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분과위원회는 아이를 볼모로 한 파업을 그만둬야 한다. 대화는 그 다음의 일이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