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청년인턴’ 이름으로… 서울시의회 유급보좌관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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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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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사회부
우경임 사회부
정책보조원과 청년인턴.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다. 바로 서울시의원의 보좌관이다.

서울시의회는 13일 올해 쓰기 위한 청년인턴 예산 15억4000만 원을 의결했다. 이날 참석한 시의원 93명 중 87명이 찬성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가 유급보좌관을 두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재의를 요구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시의회는 지난해 정책보조원이란 이름으로, 올해는 청년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보좌관을 채용하는 ‘꼼수’를 부렸다.

시의회는 지난해에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정책을 개발하라고 용역을 주면서 정책보조원, 학술용역원 111명을 선발한 뒤 시의회로 파견받아 편법 채용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모두가 시의원의 정책 입안을 도운 것도 아니다. 일부 시의원은 정책보조원을 소속 정당의 지역구 사무실 보조인력으로 보낸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가 청년인턴 예산을 통과시킨 13일 박양숙 시의원은 “서울시의원 113명은 매년 국가 전체 예산의 10%인 31조 원의 예산과 기금을 심의한다”며 “이는 과다한 업무량”이라고 주장했다.

정작 세금을 내는 서울시민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듯하다. 처음 지방의원은 봉사의 자리였다. 그러나 2006년 7월부터 의정비란 명목으로 지방의원 1인당 6000만 원 정도의 세금이 쓰인다. 토착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5∼7월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를 조사한 결과 8개 지자체가 시도의원 등의 가족기업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의 곳간을 지키라고 의원 배지를 달아줬더니 이를 기화로 도둑질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 지방의회도 잇달아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서 대법원에 제소됐고 인천시의회도 최근 청년인턴 채용을 강행했다.

13일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류수철 의원은 “그동안 시의회가 시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역풍을 맞는 것 아니겠느냐. 정말 보좌관이 필요하다면 먼저 제대로 일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보좌관 없이 일한다. 관용차도 운전사도 없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공무 출장 때는 가장 싼 표를 사야 의회에서 비용을 돌려받는다. 그러나 1년간 법안 발의 건수는 평균 50여 건에 이른다.

보좌관을 쓰고 싶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지적이 두려운지 ‘보좌관’이라 부르지 못하고 엉뚱한 이름을 붙이는 서울시의회가 이 대목에서 또 무슨 핑계를 댈지 궁금하다.

우경임 사회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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