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4>堯獨憂之하사 擧舜而敷治焉이어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堯獨憂之하사 擧舜而敷治焉이어늘 舜이 使益掌火한대 益이 烈山澤而焚之하니 禽獸逃匿이라.


맹자는 요 임금의 초기에는 천하가 아직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아서 인간이 자연의 피해를 보았는데, 요 임금이 그 점을 걱정하여 순을 등용하여 정치를 펴게 했다고 했다.

擧舜은 순을 신하들 가운데서 발탁했다는 말이다. 敷治는 정치를 널리 시행함이다. 烈은 불을 지른다는 뜻이다. 使益掌火는 益에게 불에 관한 일을 맡게 했다는 말이다. ‘서경’ ‘舜典(순전)’에서는 순 임금이 익에게 山澤(산택)을 맡게 했다고 하였다. 또한 ‘맹자’ ‘萬章(만장)·상’에서는 순 임금이 요 임금을 도와 28년간 섭정하고 우 임금은 순 임금을 도와 17년간 섭정을 했으며 익은 우 임금을 도와 7년간 섭정했다고 하였다.

韓愈(한유)는 ‘原道(원도)’에서 상고시대에 성군이 정치와 교화를 담당하여 인류 문명을 열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爲之君(위지군) 爲之師(위지사)하며 驅其蟲蛇禽獸(구기충사금수)하고 而處其中土(이처기중토)라’라고 했다.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 짐승을 몰아내고 중원의 땅에 살게 하였다’라는 뜻이다.

맹자는 상고시대의 성군들이 勞心하느라 잠깐도 휴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丁若鏞(정약용)도 ‘邦禮艸本(방례초본)’에서, 요 임금과 순 임금이 정치와 교화에 힘을 쏟아 잠깐도 휴식하지 못했으며, 禹(우) 稷(직) 契(설) 益(익) 皐陶(고요)도 맹렬하게 분발하여 임금의 팔다리와 귀 눈의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약용은 당시의 大臣들이 持大體(지대체)는 세 글자로 천하만사를 다한 듯이 여기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持大體는 대체를 견지한다는 말로, 실제 정무에 어둡고 명분과 체면만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정약용은 맹자가 大人의 勞心에 대해 말한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당시 대신들의 허위의식을 그와 같이 비판한 것이다. 이 시대 정치가로서 勞心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맹자와 정약용은 그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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