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무성]미소금융 교통정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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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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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장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장
정부가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금융 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미소금융재단’을 출범시킨 지 2년이 됐다. 출범 초기에는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소외된 빈곤계층을 대상으로 무담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사업이 우리 사회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최근 재단 간부가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2주년 행사도 치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사업자 선정과정 공정하고 투명해야

미소금융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정책이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기업과 금융회사에서 출연한 기부금 등을 재원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 자원을 동원한 것은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됐지만 태생적으로 관의 냄새가 나면서 운용이 경직됐고 도덕적 해이 또한 염려됐다. 실제로 사업자 선정에서 소액신용대출 경험이 많은 기존 조직들은 배제하고 친정부적인 단체에 주로 지원하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소금융은 연체율이나 대손율이 심각하지 않고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많은 재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따라서 미소금융은 지속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계속 발전시켜야 할 제도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재단은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으로 미소금융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다음과 같은 정비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사업자 선정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민간 풀뿌리단체들을 통해 건전하게 자리 잡은 서민 소액신용대출 사업들이 있다. 이들이 재정을 확보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중에 미소금융재단이 출현해 상당한 기대를 했으나 엉뚱하게도 지원을 받기 위해 급조된 단체들이 사업자로 선정돼 취지를 흩뜨리고 말았다. 따라서 기존 건전한 민간 풀뿌리단체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유사 사업의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미소금융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서민금융 지원으로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이 있다. 주관처가 다를 뿐 역할과 기능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어 이용자에게 혼선을 줄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조직을 운영해 과다한 행정비를 지출하고 이용자는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서민들이 한 곳에서 한 번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많은 홍보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미소금융은 서민들의 자활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대출을 통해 자활 의지를 높이고 빈곤의 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미소금융 사업은 단순 대출사업이 아니라 자활 자립을 지원하는 서비스인 만큼 자금 대출에 끝나지 않고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미소금융재단이 이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민간의 다양한 풀뿌리단체와 거버넌스를 구축해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경영컨설팅 등 사후관리도 중요

끝으로 관리감독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일선의 미소금융 지점과 복지사업자가 대출심사를 적절하게 했는지, 운영경비를 적절하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검사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 최근 일부 재래시장에서 연대보증을 요구하거나 아는 사람에게 우선 대출하는 일이 벌어진 것도 이런 검사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생긴 파행이다. 단순히 대출 실적과 연체율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금리 서민금융체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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