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대봉]특성화高 지원한 우등생을 응원한다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중학교 전교 1등이 서울여상에 지원하는 등 특성화고에 우수한 학생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실업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겠다는 각오다. 우수한 학생들이 특성화고에 진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특성화고가 희망의 사다리가 되려면 적어도 몇 가지가 제도화돼야 한다.

성공한 중산층으로 살 수 있어야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중학생들이 장차 고교를 졸업하고 직업세계에 진출해도 행복하고 성공한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고졸자가 4년 근무하면 대졸자 대우를 해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이 다음 정권에서도 지켜져야 가능하다. 비슷한 내용의 대우조선해양 인사 방침이 전체 산업으로 확대되면 금상첨화다. 고졸자 입직이 관건이므로 입직 학력 철폐로 고졸자 자리를 대졸자에게 내주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고, 고졸자 일자리 쿼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독일과 스위스의 경우 대졸자가 고졸자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 고졸자들이 중산층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교에 진학하기 전의 초등 및 중학 교육이 변해야 한다. 중학교 졸업생의 48%가 직업계 고교에 진학해 교육과정의 3분의 1을 기업 현장에서 이수하는 덴마크의 경우 의무교육 기간에 모든 학생이 범교과 필수로 ‘교육-직업-노동시장 오리엔테이션’ 과목을 배워 건전한 직업관을 확립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스위스의 경우 고교생의 약 70%가 직업계에 재학 중이다. 그들은 중학교까지 직업진로 교육을 철저히 받고, 고교부터 인문계 기술계 기능계로 나뉜 여러 줄 밟기 교육을 거쳐 다수가 기능인의 길을 택하고 있다. 고교 진학 전에 인생관과 직업관 나아가 국가관과 세계관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긴요하다.

셋째, 특성화고에 취업을 위한 교육과정 자율성을 폭넓게 부여해야 한다. 금융투자분석사 등과 같이 학력, 자격 요건이 없는 면허적 자격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서울여상의 경우 이 자격을 취득한 졸업생은 오히려 대졸자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취업하고 있다. 학칙 개정은 1년에 한 번만 허가한다는 교육청의 방침 때문에 사회가 필요로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 개편을 1년씩 기다리게 하는 교육행정도 개선해야 한다. 특성화고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진로 경로를 발굴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대졸자 구직난과 고졸자 구인난의 미스매칭 해결을 위해 특성화고 졸업생의 70%가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을 개선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특성화고의 동일계 대학 특별전형을 ‘선(先) 취업, 후(後) 진학’ 취지에 맞게 산업체에 일정 기간 근무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 나아가 고졸자가 입직 후 직무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이수한 사내 대학 교육은 물론이고 사외 대학 교육도 인정해 주는 평생교육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

산학협력 업체에 많은 인센티브를

다섯째, 특성화고의 산업체 기반 교육 부분이 늘어나야 한다. 2010년 개교한 마이스터고는 취업 약정을 한 기업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현장 실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에 비해 교육과정 운영 면에서 산학협력이 활성화돼 있다. 21개 마이스터고와 산학협력을 하는 기업이 1330곳을 넘는다. 기업이 대학과 산학협력을 할 때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를 고교 산학협력에도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산학협력이 특성화고로 확산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위주 교육이 활성화되고 고졸 취업의 문도 넓어질 수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