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연홍]하와이는 왜 해군에 관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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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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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홍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
최연홍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
하와이를 지상의 낙원이라고 부른다. 어느 누구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 지상낙원의 한 모퉁이 진주만에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지키는 함대들의 고향이다. 1941년 일본 전투기들이 정박해 있던 미국 함대를 기습 공격해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게 된 그 진주만이 하와이에 있다. 그 섬에는 ‘이 아름다운 지상낙원에 해군기지가 웬 말이냐’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지 않다. 1960년대 하와이대 베트남전 반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닐 애버크럼비 하와이 주지사도 반전운동과 함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진주만 관광 명소로 인기

하와이는 왜 해군에 관대할까. 첫째, 경제적 이유를 들 수 있다. 하와이는 관광객들이 쓰는 돈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군기지가 쓰는 돈은 그 다음으로 많다. 둘째, 더 중요한 이유는 가족사라고 본다. 하와이 인구 100만 명 가운데 은퇴한 해군 장교와 병사들의 후손이 다수다. 하와이에는 태평양함대사령관을 지낸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이름이 붙은 고속도로도 있다. 셋째, 하와이 사람들의 안보관이다. 나라가 있어야 지상낙원 하와이도 있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진주만은 하나의 전쟁기념관이고 하와이 도처에 군사박물관이 있다. 진주만은 하와이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관광명소다. 진주만 기습 때 부서진 전함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하와이 사람들은 하와이를 지켜야 미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평화로운 섬을 지키려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지성은 한국의 지성과는 다르다. 미국은 타인이 총을 갖고 있으면 나도 총을 가져야 평화가 온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서로 총을 갖지 않아야 평화가 온다고 보는 편이다. 그 주장은 환상적이든가, 비현실적이다. 저쪽은 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난의 역사를 부끄럽게 지켜왔는지 모른다.

하와이상공회의소는 하와이와 태평양함대사령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주지사와 부지사, 주의회 하원의장과 상원의장, 해군 제독, 기업가들을 모아 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안을 수시로 논의한다. 필요하면 백악관과 미 의회도 찾아간다. 상공회의소는 군이 하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조지 워싱턴의 군대는 건국 전에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영국군과 싸웠다. 독립은 전쟁을 통해 얻었다. 중국 마오쩌둥도 공산주의 혁명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군사력 없이는 나라가 설 수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도, 한국 독립도 전쟁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전쟁사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6·25전쟁도, 북한의 핵도, 천안함 폭침도, 연평도 피격도 다 잊어버리고 있다.

김정일에 돈과 물자를 공급하는 일만이 남한의 평화를 담보한다던 정권도 있었다. 천안함 폭침을 보지 못했으니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도 있는 이상한 나라가 한국이다. 지성의 빈곤만큼 안보의 개념도 빈곤한 나라, 그러니까 분단이 고착화돼 있는 유일한 나라, 광화문 앞에 왜 성웅 이순신의 동상이 크게 세워져 있는지 헤아리기 어려운 나라가 한국이다.

평화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 필요

필자가 어린 시절 위인전을 펼치면 삼국시대 을지문덕 양만춘 계백 김춘추부터 조선의 이순신까지 수많은 군인이 등장했다. 위인이 군인들, 즉 나라를 지킨 분들이었다. 역사는 그들의 희생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 한국사에는 군인이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상공회의소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주도에는 해군 가족이 없고 ‘평화’를 외치고 있으면 평화가 온다고 믿는 사람들만 사는지 궁금하다. 하와이 역사는 제주도와 다르다. 그러나 하와이를 둘러본 필자는 해군기지가 평화를 가져오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최연홍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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