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종규]국격 대변하는 ‘외규장각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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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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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됐던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45년 만에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1975년 그 존재가 알려진 후 1991년 서울대 규장각 이태진 도서관리실장(현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지 한 세대 만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의궤 반환 결정은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유네스코·1970년), ‘도난당했거나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에 관한 협약’(사법통일국제기구·1995년) 등에 부합한 도덕적 가치의 실현에서, 또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문화재 보존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된다.

필자는 정부 문화재환수위원과 의궤귀환환영대회 추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일반 공개에 앞서 의궤를 친견할 수 있었다. 그 감동의 순간, 의궤의 상징적인 가치보다는 우리 역사에서 빼앗겼던 정신의 한 영토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말할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의궤는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 과정과 의례절차, 내용 등을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의례 또는 의식의 궤범이 되는 책이다. 의궤로 작성된 주요 행사를 보면 선대 인물들의 지위를 높이는 추숭(追崇)이나 존호가상(尊號加上), 태(胎)의 봉안, 혼인, 책봉, 국왕 행차, 국가의 각종 제사, 친경(親耕) 등이 있다. 또한 제반 행사 및 준비 과정을 날짜별로 기록한 각종 문서, 업무분장 내용 및 담당자 이름, 참여한 인력의 수, 물품과 경비 명세 등과 행사의 가장 핵심 부분을 표현한 반차도 등을 통해 국가의 주요 행사에 모범전례로 삼아 유사한 행사가 있을 때 이를 참고하도록 했던 것이다.

의궤는 우리 민족의 정통성의 총체인 궁중의 의식과 행사 등을 볼 수 있는 타임캡슐이다. 특히 임금이 열람하는 어람용은 초주지(草注紙)라고 하는 최고급 한지와 먹, 천연염료로 표현되어 세월을 거슬러 갓 제작된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생생하다. 궁중화원에 의해 그려진 그림은 당시의 사실을 근거로 격과 미학적인 가치까지도 겸비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역사는 물론이고 예술 등 제반 분야에 사료적 가치와 의미를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6월 의궤 귀환 환영대회에서 이 대통령은 문화재 보존에 있어 정부 차원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기구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박물관협회, 국제박물관위원회(ICOM) 한국위원회 등 민간기구는 국외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특히 문화재청은 국외문화재팀을 신설해 국외 문화재 환수업무를 전담하게 했으며, 관련 재단법인도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국외 문화재 환수 및 활용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19일 문화재 환수의 국제네트워크 구축 전략을 주제로 ‘문화재 환수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는 재론의 여지없이 한 민족의 역사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총체다. 또한 국격과 경쟁력을 대변하는 중요한 매개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박물관의 역할이 존귀함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영토 독도를 수호하는 것과 같으며, 문화재는 다름 아닌 우리 민족정신의 영토인 것이다. 박물관과 문화유산 보존의 작은 역할을 하고 있는 필자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이유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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