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제2하나원 착공식서 마을 이장님이 박수받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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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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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정치부 기자
이정은 정치부 기자
7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간척2리에서 열린 탈북자 정착교육원 ‘제2하나원’의 착공식. 산으로 둘러싸인 빈터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전현직 통일부 장차관과 국회의원, 통일부 간부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연단에 오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내빈들의 이름을 차례로 거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 자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제2하나원 건립에 흔쾌히 마음을 열어주고 받아주신 지역 주민 여러분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더니 현 장관은 “마을 이장님 계십니까. 이장님 일어서 주세요”라고 말했다. 다소 당황한 듯 일어서는 송종석 이장을 향해 현 장관은 박수를 유도하며 “제2하나원이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소중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원고에 없던 감사의 말에는 현 장관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2하나원은 입주지 선정 때부터 기피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24개 지역을 대상으로 용지를 검토할 당시 일부 지역에선 “빨갱이와 우리 자식을 같이 공부시킬 수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척2리 주민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그런 시설을 왜 여기에 두느냐”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자 시설을 난민수용시설이나 교도소 같은 곳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송 이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주민들이 하나원(경기 안성시) 견학을 다녀오고 이런 시설이 가져올 장점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어떤 사람은 ‘어렵게 넘어온 분들인데 우리가 받아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2만2000여 명. 탈북자는 계속 늘어 조만간 4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통일부가 연간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제2하나원을 추가로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직도 탈북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여전하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을 껴안지 못하면서 미래의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착공식 후에 만난 한 탈북 여학생은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탈북을 감행했다”며 “(남한은)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는데, 여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여학생이 꿈을 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이제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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