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대봉]교육의 큰 틀 새롭게 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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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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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고려대 교수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고려대 교수
대학이 변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에 등록금 이슈가 터졌다. 대학 총장 후보자들의 경쟁적인 복지공약이 대학 등록금 인상을 부추긴 면이 있다. 정치권도 각종 선거에서 경쟁적으로 복지 공약 경쟁을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을 마치 국가가 부담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고교 졸업하고도 행복한 삶 가능케

정치(政治)란 인정예치(仁政禮治)의 준말이다. “용서와 사랑(仁)으로 바로잡고(政) 예(禮)로써 다스리는(治) 것”이 정치라고 금곡(金谷) 선생이 일렀다. 그리고 “신(神)에게든 사람에게든 약속을 함부로 하지 말라. 못 지키면 그 벌이 엄청나다”고 경고했다. 국회와 정부, 대학 당국이 중지를 모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 경영의 효율화도 병행해야 한다.

등록금 이슈를 계기로 한국교육의 큰 틀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2021년이 되면 고교 졸업자가 64만 명에서 42만 명으로 줄어든다. 고교 졸업자가 22만 명 줄면 초중고교 교육은 물론이고 대학 교육에 변화의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경제영토가 넓어지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줄이어 타결되면 고용기회도 많아진다. 국내 일자리 부족분을 해외에서 찾을 기회이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급선무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에는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능동적으로 여러 줄을 밟게(multi-track) 하는 교육을 하지 않고 수동적인 한 줄 세우기 교육을 한 과오도 있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마이스터고교는 여러 줄 밟기를 할 수 있는 경로 가운데 하나다. 고교 단계뿐만 아니라 중학교나 대학 단계에서도 여러 줄 밟기를 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마이스터고교가 여러 줄 밟기 경로의 하나로 정착되려면 고교만 졸업해도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고졸과 대졸 간의 학력 간 임금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줄 밟기 교육을 하는 대표적인 곳이 유럽이다. 평균적으로 유럽 고등학생의 60∼70%가 직업기술교육을 받은 후 직업세계에 진출한다. 대학 진학자는 고교 졸업자격시험을 거친 30∼40%에 불과하다. 80%대의 대학진학률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독일과 스위스 고등학생의 50∼60%가 일주일에 하루만 학교에 다니고 나머지 4일은 기업에 출근해 도제훈련을 받는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등 유럽 대학의 학사과정은 3년제가 대부분이다. 4년제 대학에서 1년간 교양과목을 공부하는 한국과 달리 교양과목을 대학입학 전 단계 교육에서 이수하도록 한다. 석사학위도 1년 과정과 2년 과정이 다양하게 있다. 한국도 대학 교육비용 절감 차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는 교육의 틀이다.

산학협력-커뮤니티칼리지 참고를

캐나다 워털루대는 산학협력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현장실습을 하고 학비도 충당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는 고등학교 성적에 관계없이 입학할 수 있다. 커뮤니티칼리지를 졸업하고 직업세계로 나가거나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도 있다. 직업세계에 있다가 직업 전환을 위해 언제라도 다시 다닐 수 있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직업전문대학은 재학 중 필기시험 없이 실기역량만을 평가하는 현장밀착형 교육을 한다.

한국도 학생들이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여러 줄 밟기 교육의 틀로 바꿔나가는 등 교육의 큰 틀을 새롭게 짜야 할 때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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