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석순]올바른 국토교육의 필요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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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국토해양부가 국토교육 바로잡기에 나섰다. 균형 잡힌 국토관 형성, 국토정책에 대한 이해 증진, 전문직과 연계한 국토이념의 실현 방안, 지속가능한 국토 발전을 위한 실천의식 제공 등을 포함하는 국토교육 교재 편찬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국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런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은 일부 시민단체가 연대해 각종 국책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그에 따른 국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토개발 정책에 대한 국론 분열 양상마저 보이자 교육을 통해 이를 해결해 보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과격한 국책사업 반대운동과 그로 인한 폐해를 보면 이해가 되고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개발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국토교육을 주도해 잘못된 국토관과 환경이념을 바로잡겠다고 하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투자되는 예산과 노력에 비해 나타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 효과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 추진 방향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이 정책은 환경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같은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국토부가 단독으로 교육을 추진하면 국민에게는 개발 부처의 자기 합리화로 보일 수밖에 없고, 의도하는 교육 효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환경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는 ‘4대강 살리기’를 국토부가 주도해 추진함에 따라 국토개발 사업으로 인식돼 반대를 증폭시킨 것을 보면 그 결과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중고교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환경과 녹색성장’ 교육과 연계 시행해야 한다. 잘못된 환경이념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올바른 환경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국토 관리의 중요성이나 국토 개발이 주는 경제적 효과 등도 교육에 필요하지만 고착된 환경이념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국토 선진화, 에너지 절약형 국토 등과 같은 녹색성장 관련 내용도 국토교육에서 빠지면 안 된다.

셋째,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성을 높이려면 우리가 경험한 잘못된 개발 사례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교재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또 그동안 있었던 국토개발 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교육 내용에 넣어야 한다. 아울러 대립과 투쟁보다 연구와 토론이 올바른 국토개발과 관리 방안을 끌어낸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넷째,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토 관리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교육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부강한 환경선진국들이 어떻게 자연을 보호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지, 그리고 국토 관리가 미흡한 가난한 후진국들이 겪고 있는 가뭄 홍수 등과 같은 자연재해와 열악한 생활환경을 소개하는 것이 잘못된 환경이념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섯째, 개발과 보전에 이념과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대립 관계가 되지만 과학기술적 접근이 이루어지면 상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정략을 앞세운 가치와 신념이 아닌 국익과 과학의 관점에서 개발과 보전이 상생하는 접점을 찾아가는 사례는 환경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일이라는 것을 교육에 포함해야 한다.

이 밖에 21세기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저탄소, 자원순환, 자연공생 사회로 가기 위한 다양한 국토정책들이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교육 및 홍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추진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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