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그게 뉴스거리 되나” 애플 둔감함이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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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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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산업부 기자
김상훈 산업부 기자
“어제 뉴스거리가 그렇게 없었나? 어떻게 외신보도 아이폰 뉴스가 1, 3면을 장식할까.”

22일 애플코리아 홍보담당자의 트위터에 이런 트윗(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 아침 기자는 이 관계자로부터 전화도 받았다. 첫마디가 “그게 1, 3면에 실을 만한 내용인가요”였다. 22일자로 보도된 ‘아이폰이 몰래 당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기사 얘기다. 일단 정정부터 하나 하자. 해당 기사는 1, 3면이 아니라 1, 2면에 나갔다.

한국에서도 260만 대 이상 팔린 인기 스마트폰 속에 사용자도 모르는 채 과거 이동경로가 속속들이 저장돼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아이폰4를 쓰는 기자는 사생활까지 지면에 공개하면서 지난 7개월간 이동한 행적이 담긴 수도권 지도를 신문에 실었다. 이후 거의 모든 국내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 방송이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과연 한국 언론이 애플코리아 관계자의 표현대로 ‘뉴스거리가 없어서’ 그랬을까.

다른 나라의 반응을 보자. 미국에선 의회가 애플에 공식 해명을 요청했고,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조사에 착수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와 대만 타이베이 시 정부,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도 애플에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가디언 등도 비중 있게 이 문제를 보도했다. 다른 나라 주요 언론들도 뉴스거리가 없어서 그랬을까.

23일 토요일 아침. 후속보도가 나가자 애플코리아는 또 항의했다. 이날 2면 사진 때문이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애플코리아 사무실 안내데스크를 촬영했는데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은 “본사 법무팀을 통해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뭐가 문제인지 궁금해 애플코리아 홍보팀에 물었다. 담당자는 기자에게 “유리문으로 들어와 실내를 촬영했으니 ‘허가 없는 내부 촬영’”이라며 “동아일보가 파파라치냐”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신문에 실린 사진 속에는 애플이 자랑하는 ‘아이맥’ 컴퓨터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유명한 애플 광고 캠페인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사진만 보였다. 이는 과거에 애플이 조금이라도 더 미디어에 노출하려던 이미지들이었다.

애플코리아가 문제 삼은 사진 애플코리아가 문제 삼았던 동아일보 23일자 A2면 사진. 애플코리아 측은 “허가받지 않은 내부 촬영”이라며 “법적 대응” 운운했지만 촬영 장소는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안내 공간이었다. 동아일보DB
애플코리아가 문제 삼은 사진 애플코리아가 문제 삼았던 동아일보 23일자 A2면 사진. 애플코리아 측은 “허가받지 않은 내부 촬영”이라며 “법적 대응” 운운했지만 촬영 장소는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안내 공간이었다. 동아일보DB
안내데스크는 누구나 볼 수 있고 그 앞에서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걸 촬영한 게 그렇게 문제인지 궁금해서 이번에 함께 논란을 빚었던 구글코리아 측에 물었다. “지금과 같은 때에 동아일보가 구글코리아 안내데스크의 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영업비밀이 있는 사무실이라면 몰라도 누구나 들어와 볼 수 있는 안내데스크는 회사 내부라도 공적 영역”이라며 “민감한 시기에 언론이 사진을 찍으면 맘이야 불편하겠지만 특별히 문제 삼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돌이켜 보면 전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애플코리아 측은 지난해 9월 아이폰4가 국내에서 발매된 뒤 통화 품질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를 “삼성전자의 ‘언플’(언론플레이)”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경쟁 제품인 아이폰4의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언론사에 잘못된 정보를 흘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화 품질 문제는 당시 실제로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나아지지 않았다. 기자는 당시 취재를 통해 아이폰4의 통신칩이 종류가 바뀌었지만 국내에서 충분한 통신망 연동 테스트를 못했던 점, 데이터 통화 증가로 KT가 통신품질 관리에 허덕이고 있던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자는 2003년 첫 월급을 받아 아이팟을 산 뒤부터 지금까지 애플의 팬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맥북프로’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려고 지새운 밤도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 지난해 아이폰4의 통화 불량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잡스가 직접 기자들 앞에 나타나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는 고객들이 우리 제품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불만을 모두 다 읽고 듣고 본다”며 “이를 아주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아파한다.”

이번에 아이폰의 위치정보 저장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위치정보가 일부 저장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구글 본사는 급히 공식 해명을 내놓았다. “익명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하며, 사용자 동의를 거친다”는 것이었다. 원론적이긴 했지만 속도는 빨랐다.

반면 애플 본사는 묵묵부답이다. 난 아직 스티브 잡스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김상훈 산업부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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