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전문가 기고/양보장]<4>대지진 이후 日의 미래는

  • Array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전 등 전세계 에너지정책 타격… 中-日관계는 개선 기대

양보장(楊伯江)
양보장(楊伯江)
3·11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전 지구에도 중대하고 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이 재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재난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지진과 지진해일,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직간접 피해지역이 일본 국토의 10%에 가깝다. 피해를 입은 농산물은 일본 생산량의 30%에 이른다. 바닷물이 농토로 밀려들어 소금기를 빼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도 계속되는 방사능 오염이 대기와 토양, 지하수에 남기는 위험성이다. ‘일본이 최악의 방사능 오염국이 됐다’는 ‘낙인 효과’는 꽤 오래갈 것이다.

이번 대지진은 일본 사회에 위기감을 고조시켜 개혁을 희망하는 강한 민심을 불러오고 있다. 그동안 자민당의 반세기에 걸친 집권은 일본 국민에게 제도적 피로감을 안겨줬다. 이번 대지진은 개혁에 대한 동력을 제공했다. 앞으로 세제 및 행정개혁은 높은 지지를 얻을 것이다.

여기서 국제사회의 관심 사항은 일본의 개혁이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다시 머리를 들 것인가 하는 것도 초미의 관심사다.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수천 명의 조선인, 수백 명의 중국인이 억울하게 살해당했다.

또 재난구조 비용과 복구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가 곧 오는데 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본의 석유 비축량이 충분하다지만 180일 정도를 버틸 수 있을 뿐이다. 이번 대지진은 어떤 의미에선 간 나오토 내각을 구했지만 정권 위기는 여름 후에 분명히 다시 찾아올 것이다. 간 총리는 시간과 경주를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월 22일 국회 폐회 전에 계속 집권의 기초를 다져야 하지만 어려움이 크다. 일의 중심이 재난구조에서 복구로 옮겨가면서 민주당 정권의 집권 능력은 중대한 시련에 직면할 것이다. 한동안 일본은 국내 문제에 몰두할 것이므로 지난해 같은 주변국과의 높은 긴장관계는 잠시 조용해지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대지진의 충격은 전 세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2001년 미국 9·11테러 사건에 비해 그 충격이 결코 적지 않다. 9·11 때도 그랬지만 이번 재난도 안전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다름 아닌 핵 안전 제도에 관한 것이다. 구소련 해체 이후 20년 동안 국제사회는 ‘깡패 국가들’의 핵무기 야심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은 평화로운 목적의 핵개발도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각국의 에너지 전략에도 타격을 줬다. 많은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중단됐다. 화력발전으로 다시 돌아서면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이번 대지진은 중-일 관계에는 개선의 계기를 줬다고 본다. 중국의 2000년에 걸친 유구한 주변관계 가운데 중-일 관계는 가장 복잡하고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 중 하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일왕에게 위로 전문을 보낸 데 이어 직접 주중 일본대사관을 방문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는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중-일 관계는 경쟁도 하고 합작도 하는 등 얼기설기 얽혀 있다. 많은 모순과 분쟁은 단시간 내에 전부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이 중국의 원조를 받을 때 주저하는 듯한 표현을 보낸 것은 일본의 미묘한 대중국 심리를 보여준다. 일본은 검정을 통과시킨 교과서에서 “센카쿠 열도는 일본의 영토”라고 표현했고 중국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중국 일본 한국 관계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양보장  
■ 양보장(楊伯江)

중국국제관계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미국 하버드대 객원연구원(1999∼2000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연구소장(2003∼2010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