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오]안전에 사소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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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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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인간은 수많은 실수로부터 더 나은 삶을 배워왔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인류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재난에서 학습효과를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

너트 하나 때문에 KTX 탈선사고

안전관리의 선구자로 불리는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중대한 사고의 발생 배경에는 330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도시가스 폭발, 지하철 화재, 대형 교통사고, 원유 유출, 고속철도(KTX) 탈선 등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한 중대사고의 배경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사고가 있다는 의미다.

안전은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안전관리는 사고의 원인이 되는 각종 위험을 찾아내 위험하지 않도록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위험이 뒤따르는 작업을 안전하게 진행하고 마무리해야 한다. 큰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안전수칙이나 법규를 만들어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사람은 일의 중요성을 망각하기 쉽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얼마 전 광명역에 진입하던 KTX 열차가 탈선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조사 결과 외부 민간업체가 정비한 선로전환기의 너트 하나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일어난 사고로 밝혀졌다. 현대사회는 철저한 분업화 사회이며, 특히 고도의 기술집약 분야에서는 분업화와 전문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런 고도사회에서는 어느 한 사람이 맡은 조그마한 일 하나가 잘못되어도 사회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맡은 일을 철저히 마무리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안전불감증이 확산돼 안전상 중요한 일인데도 ‘빨리빨리’ ‘대충대충’ 하는 풍조가 퍼져 있다.

안전불감증이란 사고를 당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불안전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의 어리석은 사고방식을 꼬집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 대부분은 안전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어 ‘안전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안전한가’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국민을 놓고 선진국과 비교해 안전불감증 운운하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

안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안전의식이다. 최고경영자의 안전의식이 높은 회사에서는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최고책임자가 안전을 독려하는 현장은 안전과 함께 최고의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여러 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최고책임자부터 안전의식 솔선을

“무슨 큰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작은 고장이 난 것뿐”이라고 한 최고경영자의 안전의식은 KTX가 다른 선진국의 고속철도와 경쟁하는 데 저해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대형사고는 항상 사소한 고장에서 출발한다. 이를 소홀히 하는 최고경영자의 인식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쳐 잦은 고장과 각종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사소한 안전수칙이나 법규라도 철저히 지키는 사회 분위기는 국민에게만 요구해서는 조성되기 어렵다. 정부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안전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국정책임자와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하면서 안전 문제를 챙겨야만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고 진정한 안전선진국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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