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재윤]수능 개편안의 취지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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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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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발표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은 한마디로 ‘과도한 시험 준비 부담이 없는 수능’을 지향하고 있다. 별도의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을 통해 시험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며, 이를 위해 교과 중심의 출제를 강화하고 가르치는 내용과 수능 출제 내용을 일치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국어 영어 수학에서 수준별 시험을 도입한다. 국어와 영어 수학에서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수준이 적용되어 적성 및 역량과는 관계없이 필요 이상의 어려운 시험을 보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학생들의 과도한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방향은 수험생 과도한 부담 줄이기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국어와 영어의 문항 수를 줄이고, 사회 및 탐구에서 한 과목을 줄이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학교, 즉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 학생들을 평가할 때 이론 중심의 단편적 지식을 묻는 시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개발 예정인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유사한 직업탐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능시험을 연 2회 치르려고 했던 것은 대학입학 전형에서 수능 비중이 낮아지고 수험생의 수능 준비 부담이 완화되는 등의 여건이 마련되면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는 대입전형에서 수능 비중이 아직 크기 때문에 연 2회 수능시험이 시행될 경우 수험생의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종전의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단편 지식 중심의 출제에 그쳐서 학력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문제풀이 학습을 수없이 반복하는 학생이 주류를 이뤘다. 이 때문에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데 미흡해 수능시험이 도입됐다. 과도한 시험 준비를 통해서 성적을 올리려는 시도는 수능시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수험생들이 학교 수업을 통한 적절한 시험 준비만 해도 되도록 수능시험을 바꿔 불필요한 시험 부담을 줄이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수능시험을 연 2회 치르는 것도 일정한 여건이 조성되면 시행하기로 하는 등 전체적으로 기본 개념은 잘 설정됐다.

하지만 새 수능 개편안에 대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국어 영어 수학을 수준별로 시험을 치를 경우 지원자가 한쪽, 특히 쉬운 수준 쪽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선택과목이 축소되면서 이른바 국영수 과목 편중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도 지적된다. 변별력이 국영수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이 밖에 과목별 문항 수, 응시 시간, 배점, 문제 형태 등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개편안의 큰 방향을 살리고 취지에 어긋나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행 방침이 관건이다. 교육 수요자에게 개편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고, 시험 준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국영수 쏠림 해소방안 마련해야

교과부는 서울시교육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 고교 등과 협력해 세부적인 방침을 연구하여 연내에 발표하기로 하였고, 2012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모의평가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책 방향에 합치하는 세부 방침의 개발은 정책 방향의 수립 못지않게 중요한 과정이다.

과도한 시험 부담을 없애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양하고 고도로 전문적이며 기술적인 성격을 띤다. 그런데 이것을 국가적 수준에서 교과부가 모두 개발하고 제시하거나 열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수능시험과 관련하여 대학에 관련된 사항들은 대학이, 고교 교육에 관련된 사항들은 고교가 개발하고 교육청과 대교협 등은 개발 과정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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