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재수사 싸고 한나라 지도부 ‘말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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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정부에 끌려다녀”… 안상수 “당 모독말라”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논란을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그 ‘폭탄’을 던졌다.

정 최고위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세상에 적당히 넘어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적당히 넘어가는 것 같지만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어 “당이 정부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하다가는 당이 정말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하기 전에 당원들이 정말 이런 식의 지도부를 다시 심판하려 들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찰 재수사에 대해 “검찰의 몫”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는 안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안 대표는 화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반박에 나섰다. 안 대표는 “정 최고위원은 발언은 좀 신중히 해주기를 바란다”며 “‘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닌다’는 이런 발언은 우리를 모독하는 발언이고 잘못하면 국민들이 착각하실 수 있다”고 받아쳤다. 일순간 회의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집권의 주체는 당인데 각종 현안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만 너무 봐주다가는 둘 다 망한다는 의원들의 공감대를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두 사람의 충돌은 민간인 사찰 재수사 여부를 둘러싼 여권 내 엇갈리는 기류가 표면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 일부는 재수사 불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의 공세에 말려들어가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정 최고위원과 홍준표 서병수 최고위원 등은 재수사를 통한 정면 돌파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일부 최고위원들에게 민간인 사찰 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며 내부 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과 안 대표는 전날 이미 통화를 하면서 ‘예비전’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안 대표에게 “청와대는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적 의혹을 깨끗이 털고 가지 않으면 결국 그 부담은 총선과 대선에서 당에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안 대표는 “필요할 경우 재수사에 반대하지 않지만 정부와 청와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까지 재수사 필요성은 없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야당이 민간인 사찰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잇달아 제기함에 따라 검찰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지만 “여당이 먼저 재수사를 요구할 필요가 있나”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당내 일각에선 전면적인 재조사가 아니라 추가로 제기된 의혹만 조사하는 ‘추가 조사’라는 절충 카드도 거론되고 있지만 당의 방침은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오늘 ‘사고’는 정 최고위원이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공약으로 내세운 안 대표의 자존심을 너무 자극했기 때문에 터졌다”고 분석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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