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조선시대 서민들의 삶 종교 풍속 부부 초상화 등 인물화로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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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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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안휘준 민길홍 엮음/660쪽·5만8000원·학고재

고사 인물과 역사 인물이 담긴 그림, 풍속이 담긴 인물그림, 유교 불교 도교사상 혹은 은일사상이 담긴 인물그림 등 조선시대 인물화를 총망라한 책. 미술사학자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들의 인물화 관련 글들을 수록했다.

여기에 소개된 28편의 논문 주제는 대부분 처음 학술적으로 조명을 받는 것들이다. 고사 인물화, 도석 인물화 및 보살도 등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장르까지 고찰함으로써 조선시대 인물화 연구의 공백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인물화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들의 정신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상업풍속화-감로탱과 풍속화에 담긴 상업 장면’에선 감로탱에 나타난 18세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사대부 화가들은 당시 상업풍속 장면을 화폭에 옮기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화승이 그린 이 작품에서는 이런 풍경이 잘 드러난다. 감로탱에서 ‘속계’로 그려진 저잣거리를 보면, 패랭이를 쓰고 토기 담배 짚신 솥 등을 지게에 진 보부상, 가설 주막을 운영하는 여인, 포목상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특히 노모를 이끌고 떠도는 가족 행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18세기 서민들의 일상과 경제 풍속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임을 알 수 있다.

‘김홍도의 불교인물화-화원이 그린 선종화의 경지’에선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왜 불교 인물화에 심취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새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승려 그림(‘승하좌수도해도·乘鰕坐睡渡海圖’)을 통해 노년기 단원이 친불교 성향과 당시 조선 불교의 실상을 함께 탐구했다.

희귀한 초상화인 부부 초상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하연과 부인 성주 이씨의 초상을 고찰한 ‘하연 부부 초상’의 경우, 이 작품이 후대에 꾸준히 이모(移模)된 사실에 주목한다. 이 초상이 부부 금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모가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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