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1년 국회 ‘야간통금 해제’ 건의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2시 59분


조승우가 출연한 영화 ‘고고70’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룹사운드 ‘데블스’의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국내 최초 고고클럽 ‘닐바나’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밤 12시에 사이렌이 울려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자 청춘남녀들은 당국의 눈을 피해 이런 곳에서 젊음을 발산했다.

야간통행 금지는 영화 속 얘기에 그치지 않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에 시작된 제도였다. 미 군정 포고1호에 의해 서울과 인천이 대상 지역이었다.

정부는 6·25전쟁이 끝난 뒤 1954년 4월 내무부 고시 제195호로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하면서 통금규정(제1조 제43호)을 만들었다.

안보가 불안하므로 치안을 유지하려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관광지인 제주는 1964년부터, 내륙지방인 충북은 1965년부터 해제됐다.

통금해제는 전두환 정권이 본격적으로 검토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야간활동 금지로 인한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는 판단에서였다. 1988년 열릴 서울 올림픽도 영향을 미쳤다.

1981년 11월 19일, 여야는 이른 시일 안에 접적(接敵)지역과 해안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의 야간통행 금지를 해제하도록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합의 형식이었지만 사실은 여당이 주도했다. 권정달 민정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7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중식당에서 중진 회동이 시작되자 통금해제안을 갑자기 꺼냈다.

이견이 없어 4분 만에 논의가 끝났다. 당정이 여러 차례 협의를 마친 뒤라 시기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당시 신문을 들춰 보니 통금해제 이후를 불안해하는 제목이 적지 않게 보인다. 길어질 밤…기대와 걱정, 청소년 선도 어려워져, 남편 귀가 늦을까 걱정이다….

범죄가 늘지 않고 시민 귀가가 오히려 빨라졌다는 제주와 충북의 사례를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기사도 등장했다. 야간통금은 1982년 1월 5일 0시에 완전 해제됐다.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 강남역과 신촌 일대를 지날 때마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 좋은 시절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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