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반토막 났지만 그게 뭐 대수겠어요. 원하던 의공학 분야 맘껏 연구 너무 좋아”
“공대 교수직을 선택하면 의대 교수직은 포기해야 하지만 의학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3월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는 서종모(37) 박사.
199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안과 전문의인 그는 3월부터 병원이 아닌 대학 강단에 선다.
하지만 그에게 맡겨진 강의는 의학이 아닌 공학이다. 전기공학부 교수로 그는 대학원에서 바이오일렉트로닉스 분야를 강의하게 된다.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공대를 졸업해 의대 의공학 분야로 진출한 교수는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 하루 30∼35명 진료, 연구 집중 어려워
서 박사가 대학병원 전문의를 포기하고 공대 교수로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열악한 국내 의료 환경 때문이다.
그는 훌륭한 진료를 하려면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념에 따라 매일 진료를 마친 오후 6시면 서울대병원 연구실로 출근해 오후 11시가 넘도록 실험을 했다. 진료가 없는 주말에는 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휴일인 13일에도 어김없이 그는 실험 기자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실에서 망막과 관련된 연구를 하며 보냈다.
매일 30∼35명의 환자를 돌봐야만 하는 그는 “외국의 경우 보통 1주일 중 하루만 진료를 하고 나머지는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해 연구에 집중하려고 공대 교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전자공학자를 동경했지만 의대에 진학했던 그는 우수한 자연계 고등학생이 의대로 몰리거나 이공계 출신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최근의 ‘의대 열풍’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뛰어난 머리를 가진 학생들이 의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환자 진료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며 “의대로 이공계 인재가 집중되는 것은 나라나 개인에게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 월급이 반 토막 날지라도
공대교수로서의 새 출발은 그에게 모험이다.
신임 교수 초임 연봉을 받고 공대로 가려는 그에게 동료들은 “월급이 반 토막이 될 것”이라며 말렸다. 안과는 의대 전공의 지원에서 인기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데다 개업을 하면 월평균 1000만 원 이상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공학 기술의 발전이 없다면 의학 기술의 발전이 어렵다는 생각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학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전자공학과 융합이 이뤄진다면 한국은 머지않아 의학 강국이 될 것”이라며 “의학과 공학의 다리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겠다”고 밝혔다.
서 박사의 임용을 적극 추진한 서울대 공대 강태진 학장은 “공학은 기초학문에서 상상한 것들을 실제로 이뤄 주는 역할을 하는 학문”이라며 “앞으로 미술, 음악을 하려는 사람도 공학을 통해 진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고, 이번이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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