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동물의 습성을 통해 본 인간모습…‘동물들은 왜?’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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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왜?/미다스 데커스 지음·이옥용 옮김/360쪽·1만2000원·영림카디널

이 지구상의 모든 포유동물들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괴롭다. 자아에서 또 다른 자아로의 이행, 그것은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나무늘보는 하루에 15시간을 잔다. 나머지 9시간도 온전히 깨어 있는 게 아니다. 대개 머리를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채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잘 때는 확실히 자고 깨어 있을 때는 깨어 있는 둥 마는 둥이다.

이 동물의 습성에 대해선 이렇다 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습성을 갖기에는 너무 게으른 것이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조차 귀찮아 섭씨 24도에서 37도 사이를 오르내린다. 그런데도 나무늘보는 증식한다. 사멸하기에도 너무 게으른 거다. 어떤가? 나무늘보를 본보기 삼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늘어져 보지 않겠는가. 어쩌면 놀라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당장 시작해 보라!

저명한 생물학자인 저자는 ‘동물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들의 진기한 속성에 대해, 그러나 실상은 거기에 비친 우리 인간의 희한한 모습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3, 4쪽의 짤막짤막한 에피소드엔 유머와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하다.

“자연 전체가 슈퍼 서커스인 셈이다. 그 서커스는 빛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공중그네를 타는 곡예사를 비롯해 수많은 재주꾼이 등장한다. 거기에서 인간은 광대노릇을 한다. 우리 인간의 서커스는 모두 자연의 서커스를 흉내 낸 것이다.”

원제 ‘Selected Animal Stories’(2000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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