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마더…生의 끝자락에 온 사랑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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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어머니의 손은 으레 거칠고 마디가 굵다. 남편 뒷바라지 하고 자식 키우느라 나뭇등걸처럼 변한 손을 자주 클로즈업하는 영국 영화 ‘마더’는 엄마에게도 정열적인 연애에 대한 불씨가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런던에 사는 아들과 딸의 집을 방문한 메이(앤 레이드)는 갑작스레 남편을 잃는다. 상심을 달래려고 아들집에 머무는 메이는 온실을 짓던 목수 대런(대니얼 크레이그)을 만난다. 딸 폴라와 사귀는 대런은 자폐증 아들을 둔 유부남. 폴라는 대런의 마음을 떠봐달라고 엄마 메이에게 부탁하지만, 메이는 유쾌한 대런을 사랑하게 된다. 어느 화창한 낮 메이와 대런은 섹스를 한다.

‘마더’는 나이는 먹었지만 매력적인 엄마와 연하남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아들의 약혼녀와 깊은 관계에 빠지는 아버지를 그린 ‘데미지’(1992년)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아들보다 더한 성적 매력을 뿜어내던 ‘데미지’의 아버지 제레미 아이언스(촬영 당시 44세)와 달리 앤 레이드(촬영 당시 68세)는 불룩 나온 배에 엉덩이는 펑퍼짐하며 볼살은 처졌다. 영화에 나오는 메이와 대런의 유일한 정사 장면도 둘의 관계가 동등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거친 후배위다.

‘마더’는 인자하고 뭐든지 베풀 것 같은 엄마도 사실은 ‘모성(母性)’이라는 신화에 얽매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딸의 남자를 앗아간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자식들은 엄마와 심하게 반목한다. 구질구질한 현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메이는 한 여성으로서 새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24일 개봉. 18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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