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현철]문화산업진흥기금 존속돼야

  • 입력 2005년 3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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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 온 사람으로서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계를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도무지 어떻게 버텨 나갈지 막막하다는 소리뿐, 미래가 밝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문화산업진흥기금’을 폐지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당장 음반산업에 투자되는 자본이 줄어든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와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단기간의 수익성만을 가지고 기금의 존폐를 결정하는 사고방식이 마음에 걸린다.

음악인으로서 음악을 단순히 상품으로 생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문화산업의 경제적인 효과를 생각할 때 음악업계를 위해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융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온 문화산업진흥기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만약 정부가 한국의 음악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라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대중음악도 다양한 장르의 혼성교배를 통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며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그간의 지원 덕분에 그나마 한국의 문화산업은 이제 성장 진입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 주지는 못할망정 기존의 지원마저 철회하겠다는 결정은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세간에서는 벌써 ‘한류 열풍’이 몇 년 못 가 사그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디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김현철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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