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문권배]디지털시대의 기초, 수리학문 키우자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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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낯선 길을 무작정 떠나는 게 아니라 그곳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사전에 입수하여 낯선 길에 활용하면서 자신의 체험 영역을 효율적으로 넓혀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형태는 언어 영상 수리정보로 분류된다. 정보를 교환하는 데에 있어 언어정보만으로는 모호한 면이 있다. 지도 같은 영상정보는 훌륭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불완전하다. 반면 주민등록번호, 아파트 동 호수, 휴대전화번호, 지하철 출구번호, 버스 노선번호 같은 수리정보를 이용하면 낯선 세상도 쉽게 넓혀갈 수 있다. 수리정보는 간단하면서도 크기, 순서 및 방향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첨단 디지털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수리정보는 이처럼 가장 탁월한 정보 교환 수단으로 일상에서 활용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토대에는 관심이 없다. 수리정보 활용을 위한 전제조건은 우선 전체 대상을 파악하고 각 대상에 합리적인 주소를 부여하는 것이며, 그 후 다양한 1차 수리정보와 응용된 것들을 일상생활에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잘 짜여져 있는 것이 아니라 초행길 같이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을 수 있다. 일상에서 어떤 정보형태가 전달수단으로서 가장 효율적이었는지, 또 그 활용기반을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했는지를 추적하고, 이를 역순으로 세상에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벤치마킹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수리정보’다. 그것은 이미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같은 체험영역에서 우리가 체험하고 깨닫고 있는 바다.

이 점에서 우리는 수리정보 활용을 위한 기반 구축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미래의 디지털시대를 잘 예측하고, 낯선 세상을 개척지로 바꾸면서 기왕이면 수리정보가 잘 활용될 수 있게끔 기반을 의도적으로 미리미리 구축하자는 것이다.

일상에서 수리정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매우 불편해지듯이 우리나라도 수리정보 활용기반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 비효율로 인하여 무한경쟁 글로벌시대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수리정보 기반 구축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수리기초학문을 특별히 육성·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수리기초학문을 왜 특별히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부족하고, 어떤 면에서는 기피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는 당장의 필요에만 매달리는 단견으로, 근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수리기초학문은 가장 효율적인 전달수단인 수리정보 활용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또 보이지 않는 근본적 요소를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서 세상에 대한 인식력과 통찰력을 향상시켜 준다. 두루누리(유비쿼터스) 디지털시대에 수리기초학문 육성은 가장 긴요한 선결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권배 상명대 교수·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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