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이렇게 뚫었다]<2>너의 모든것을 알고있다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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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 졸업자들은 입사지원서를 연간 평균 11.6회씩 제출하고, 여성 대졸자는 10명 중 2명 정도는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 찾아보면 길은 있다는 얘기다.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어떤 전력을 취해야 할지 4회에 걸쳐 소개한다.》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의류업체 이랜드의 신입사원 모집에서 채용된 송대문씨(25)는 ‘철저히 준비된 인재는 학벌에 상관없이 취업할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를 보여줬다.

송씨는 대구 계명대 경제통상학과 재학 시절 자신이 나아갈 길을 의류와 패션으로 확실히 정했다. 그는 취업 2년 전부터 이랜드에 관심을 갖고 평소 회사의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졸업을 앞두고 이랜드가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내자 곧바로 전략기획파트 지원 준비에 들어갔다.

그가 정한 주제는 ‘중국 상하이 진출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 육성전략’.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인 이랜드의 핵심 역량과 한국 및 중국의 시장 상황을 분석해 구체적인 진출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랜드 경영진을 상대로 중국 진출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송대문씨. 신입사원으로 선발된 그는 전략 설정에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열정을 보여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진제공 이랜드

송씨는 이랜드의 ‘지식이 없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철학과 중국을 한국에 이은 제2의 내수시장으로 간주하는 세계화 전략이 성공의 열쇠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랜드의 여러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놓고 볼 때 중국 진출이 가능한 분야는 아동복과 속옷이라는 점을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송씨는 중국에서 발행되는 신문과 학술논문을 통해 중국 정부가 1인당 속옷을 5벌 이상 소유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는 점과 상하이의 상위 10% 이내 고소득자는 속옷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찾아냈다.

그는 이랜드 회장과 사장단 앞에서 공개설명회를 가졌으며 마침내 합격했다.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설명시간은 5분 이내로 제한됐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이처럼 준비된 인간형이다.

지원하는 회사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길,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지원자는 언제든 환영이다. 요즘에는 지원자 대부분이 해외연수를 다녀와 토익(TOEIC) 점수 800점은 기본이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는 채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랜드 이진 채용팀장은 “무엇보다 지원하는 분야의 직무를 명확히 알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가 채용의 관건”이라며 “자신의 역량과 강점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입사 후 영업관리 업무를 맡아 각 매장의 매출을 늘리는 방안을 짜고 있다.

HR포털인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한 우물을 판다는 생각으로 지원하는 회사의 현황과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악해 대안을 제시한다면 채용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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