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강덕영/사표와 함께 남기고 간 말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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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영
얼마 전 퇴직을 앞둔 사원과 면담을 했다. 그 직원이 회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장에게 몇 말씀만 드리고 가겠다고 해서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사장인 내게는 너무도 뜻밖이고 충격적이었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중간관리자에 관한 불만과 불신 때문이었다. 그런 불만과 불신이 계속 쌓이면서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결국 회사가 자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떠난다는 이야기였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불만사항 중 가장 큰 것은 관리자의 인격에 관한 문제였다. 자신은 어려운 일을 회피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은 모두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고, 윗사람들에게는 그럴 듯하게 좋은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중간관리자 개인의 도덕성이었다. 틈만 나면 노름을 즐기는 상사를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셋째는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방식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점이었다. 자기의 이익만 차리고 부하 직원에게 상사로서 본보기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요소들이 많은데도 회사는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중간관리자에게 더욱 대우를 잘 해주니 회사가 희망이 없어 보이고, 더불어 자신도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 자신이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그동안 직원들의 밑바닥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 정말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직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불어 앞으로 회사가 잘 되고 임직원들이 서로 믿고 회사를 이끌어 가기 위해선 지도자의 도덕성, 신뢰성, 공평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요즘 미국에서는 경영의 핵심을 도덕성에 두고 있다고 한다. 어떤 회사는 직원 교육을 위해 목사님 같은 성직자들을 강사로 모신다고 들었다. 최고경영자는 스님과 같이 되어야 한다는 모 경영자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하루였다.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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