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親盧그룹 당권장악 급류탈듯

  • 입력 2002년 12월 26일 02시 11분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25일 차기 당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민주당 개혁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따라 친노그룹의 당권장악 움직임이 급류를 탈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의 퇴진 결심은 일단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및 한 대표 등 당권파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던 개혁파 의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 대표가 “전당대회가 열리면 지도부 경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개혁파의 ‘즉각 퇴진 요구’는 거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스스로 물러날 때를 결정하겠지만 퇴진요구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직접 도왔던 중앙선대위 핵심 멤버 출신 ‘신주류’는 이날 모임을 갖고 “한 대표는 개혁특위를 구성하고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었다.

‘신주류’는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및 선대위 본부장 출신 등으로, 이들은 25일 저녁 모임을 갖고 개혁특위를 구성해 당 개혁 문제를 논의하고, 한 대표의 명예로운 퇴진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체로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 개혁파 의원들이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다 당 분란을 야기하면서 노 당선자에게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 개혁특위에서 중앙당 축소 및 원내정당화, 지구당 조직 폐지 등을 논의한 뒤 노 당선자의 취임 전인 1월말이나 2월 초순경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이를 통과시키고 새로운 ‘당의 얼굴’을 선출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당선자는 당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 주도로 특위를 구성할 것인지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었으나 이 문제도 한 대표가 ‘신주류’에 양보함으로써 큰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본부장 출신 어느 의원은 “한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면 당 개혁 문제가 시끄럽지 않게 마무리되겠지만, 그렇다고 ‘강요’해서 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개혁파 측은 “한 대표가 주도하는 특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신주류 내에서도 “한 대표가 최소한 차기 당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그 같은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볼 수있다.

한 대표측에서는 한때 “특위가 구성되면 모든 의견을 수렴해 발전적으로 검토를 해나가겠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내부 논의 끝에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특위 구성은 노 당선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차기 당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측의 한 핵심측근은 한때 개혁파의 즉각적인 사퇴 요구에 반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의견을 묻자는 강경론이 나오기도 했으나 ‘백의종군’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 대표측 일부 강경파들은 여전히 지도부 교체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장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당내 중진들의 움직임도 관심이다. 김상현(金相賢) 고문은 “원내정당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한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2선으로 후퇴하게 된다”는 방안을 제시했고,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원내정당화 등 개혁안에는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당내 움직임과 관련, “노 당선자의 친위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앙당과 지구당 폐지 방침이 마련됐고, 노 당선자에게도 보고됐다. 정당 개혁이라는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교체하기 위한 불순한 목적에 의한 것이다”며 대선 이후 처음으로 노 당선자를 직접 공격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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