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엄선, 2002 시즌 관전 포인트

  • 입력 2002년 3월 29일 16시 51분


본격적 시즌을 목전에 두고 올시즌 가장 관심깊게 보아야 할 관전 포인트를 엄선해 보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한국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상으로 리그 전체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 바라면서.

Point 1) 외계인 정말 고향별로 돌아가는 건가?

'외계인'으로서 지구의 야구에 반해 정착했던 페드로가 변했다, 두가지 면에서. 하나는 시즌 전 전례없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다고 묵직한 선언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범경기부터 그가 난타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설에 의하면 그의 고향별에서 저간의 사정이 있어 귀환을 명받았고 그로 인해 올 시즌을 끝으로 지구를 떠날 것이란 낭설도 나돌고 있다. 적어도 '그의 고향별 귀환'은 지구인의 관점에서는 은퇴를 뜻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페드로가 은퇴를 각오하고, 한 시즌을 온 몸을 불살라 던진다면 30승도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있어 왔을 정도로 비장한 마음가짐을 내보인 그가 무슨 짓을 해낼지 감히 예측하기 어렵다.

시범경기 부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박찬호의 경우도 예년에 비해 부진했지만 그는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중이라고 한다. 페드로 역시 그의 진짜 무기인 컨트롤(그는 속구의 무브먼트보다 뛰어난 변화구와 모든 구질에 대한 철저한 제구력을 기반으로 한 투수라고 보아야 한다. 팔 부상이라도 당해 구속이 감소한다면 그는 AL의 매덕스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 중에 실투가 연발되고 얻어 맞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페드로에게 있어 승리 관건은 세가지면 충분하다. 1) 자신이 건강하고 2) 컨트롤 난조가 없고 3) 타선이 어느 정도만 해준다면이다. 3번 사항은 타선의 뼈대를 제외하고 살을 모두 바꾼 보스턴에게서 정말 올시즌을 기대해보게 하는 이유이므로 충분히 성사될 수 있고 2번보다 1번이 더 걱정이다. 세가지 조건이 모두 80% 정도 충족된다면 그는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고 진짜 양키스 타파를 도모하는 선봉장이 될 것이다.

Point 2) 왕조의 부활

'양키들의 나라'를 대표하는 양키스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역사적 흐름인 왕조의 흥망성쇠의 법칙을 무시하고 몰락을 억지로 거슬러 막아내려 해왔고, 그 대부분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이런 면에서 미국판 요미우리라고나 할까?) 올해는 쇄락해진 왕조의 재건이라는 사명을 지암비와 무시나에게 맡겼다. 둘 다 지난 2년간의 FA를 통해 얻었고 욕까지 보너스로 잔뜩 얻어 먹은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사나이들이다. 게다가 양키스에 영혼을 저당잡힌 거구 웰스의 가담도 비중이 큰 사건이다. 만약 소리아노가 2년차 징크스를 겪지 않고 닉 존슨이 기대대로의 활약을 보여주고 화이트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90년대의 양키스보다 더 막강한 팀이라고 평가해야 할 지경이다.

몇가지 변수는 로저 클레멘스의 은퇴선언이다. 페드로가 은퇴를 담보로 목숨걸고 던져 30승을 해낸다면 클레멘스는 나이를 고려해도 최소한 20승 이상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내년 시즌 후 클레멘스의 공백은 매덕스나 다른 FA를 데려와 메꿔도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 더, 명예회복을 벼르는 엘두케를 잊지 말자. 썩어도 준치, 못해도 중간, 구관이 명관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엿차~ 하고 키킹시 다리를 더 치켜들어 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옛 명성을 되찾을까? 아니면 너무 들어올린 다리 때문에 뒤로 넘어질까?

Point 3) 전통의 동부에 반역은 없다!

동부지구는 전통적으로 강팀이 지속적으로 군림하는 구도를 유지해왔다. 특히 양키스와 레드삭스, 브레이브스와 메츠가 그 절대군주를 자처하는데 올 시즌도 예외는 아니라 네 팀 모두 효과적이고 공격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양키스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고 레드삭스는 전통적으로 높은 마운드에 비해 터무니없이 영양가 없는 타선을 대폭 수술하여 큰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수술을 거친 메츠는 텍사스와 견줄만한 잦은 선수 변화가 있었는데 문제는 부상경력의 디애미코와 공갈포 버니츠, 삼진맨 본이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의 여부다. '절치부심' 쿠어스의 악몽을 털어내려는 아스타시오를 싸게 영입한 것과 알로마를 통해 3루까지 안정시킨 것이 오히려 가장 큰 성과다. 브레이브스는 역시 파워+컨택트+선구안을 모두 갖춘 최상급의 우타자 셰필드의 가세로 기존의 '더블 존스'의 위력이 대폭 강화된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1+2=3 이 아니라 1+2=6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난 겨울 가장 뛰어난 트레이드 중 하나였다. 매덕스와 글래빈이 FA와 명성회복을 위해 분연히 일어서고 밀우드도 차세대 에이스로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하였고 스몰츠도 선발복귀를 노리고 있어 이래저래 마운드의 높이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필라델피아, 플로리다, 토론토 정도가 이들의 아성에 도전해볼 가능성이 있는데 필라델피아는 롤렌의 태도와 작년 시즌 너무 잘해준 마운드가 과연 그 이상을 해줄 수 있는지가 관권이라 불안감이 있고, 플로리다는 수퍼 신인 버켓과 기존의 영건 파워가 충실하지만 아직도 우승전력은 아니란 판단이다, 다만 찰스 존슨을 붙들 수 있었던 것이 최대의 행운. 토론토는 사실상 소총부대로 전락한 타선의 약화가 악재이지만 카펜터, 할라데이 등 수년째 기대를 받고 있던 선발진들의 급성장을 토대로 감히 양강체제에 도전장을 내본다. 하지만 타선과 불펜의 치명적인 약화는 장기 레이스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

Point 4) 오리무중 Wildest West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였던 양리그 서부지구가 올시즌엔 와일디스트 웨스트가 될 전망이다. 기존의 양강체제였던 AL의 경우 116승 시애틀과 패기의 오클랜드에 마운드의 높이를 타선의 품질에 맞춰 업그레이드시킨 애너하임과 2002년 가장 주목받는 팀 텍사스가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 사실상 4팀 있는 디비전이 4강체제라고 해야할만큼 무서운 접전이 예고된다. 게다가 4팀 모두 공격력과 파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큼 라인업이 좋다. 따라서 마운드의 높이가 가장 높고 건강한 오클랜드의 다소간의 우위가 점쳐지는 부분.

NL의 경우 AL보다는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닌데 디백스는 1살을 더 먹어버렸지만 아직도 노쇄화의 현상이 보이지 않는 사상 최강의 원투펀치(다만 포스트시즌의 무리가 부상을 불러올까 걱정이다)와 3선발 헬링의 활약이 관권이다. 게다가 가벼워진 우익수와 종종 부상을 당하며 노쇄화가 드러나는 마크 그레이스의 뒤를 받쳐줄 두라조의 안정이 필수 관권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에 우승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순기능적 리빌딩을 고려해야 한다. SF의 경우 나이를 먹을수록 회춘하는 본즈와 그의 앞뒤를 둘러싼 NL 최강의 파워 키스톤 콤비에 기대를 건다. 어차피 망가져가는 리반 에르난데스는 기대를 버리고 오티스를 중심으로 마운드를 재편해야 한다. 여전히 랍 넨의 뒷문은 견고하고 베이커를 중심으로 뭉쳐진 끈끈함의 대명사인 캐미스트리도 당연히 지구우승 1순위로 올려놓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조의 리드오프 활약이 최대 관건. 다져스는 박찬호를 버린 공백을 일본산 덤핑 물량으로 메우고 있지만 쿠어스에서 비운의 고배를 맛본 최악의 후반기를 보낸 최고 연봉 투수 햄튼의 로키스와 아직은 가능성뿐인 파드리스는 당장의 우승전력은 아니라는 판단. 따라서 2강 3중, 또는 2강 2중 1약 정도.

마침 한국인 풀타임 메이저리그 1, 2호인 박찬호, 김병현이 모두 서부지구에 있어 이래저래 팬들로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한 시즌이 될 예정.

Point 5) 포스트 푸홀스를 찾아라!

늘 그러하듯이 수퍼신인들의 대활약은 팬들을 까무라치게 즐겁게 만든다. 카즈는 빅맥의 재고가 떨어져 사업에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지만 스폐셜 상품이 두가지나 소개되어 야구도시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게 되었다. 바로 푸홀스와 스미스. 푸홀스는 티노 마르티네스의 영입으로 좌익수에 안착할 공산이 커 타격에 더욱 전념할 수 있을 것이고 스미스는 시범경기에서 신인왕을 뺏긴 분노를 불태우고 있으니 기대가 크다.

이치로, 소리아노, 롤린스, 뷰얼스, 사바시아, 로두카 등이 작년 시즌 풀타임을 처음 맞아 신인왕급의 활약을 펼쳤다면 올해는 누가 그러한 수퍼루키로 등장할까?

공인받은 수퍼루키는 역시 카를로스 페냐와 조시 버켓이다. 페냐는 텍사스에서는 넘쳐나는 타선의 유망주들이 많고 기존의 라인업도 너무 튼튼해 자리가 없었지만 신인들의 팀 오클랜드에서라면 풀타임 주전 1루수이다. 좌타의 푸홀스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대주이다. 버켓 역시 건강하기만 하다면 작년의 사바시아의 활약 따위는 기억 속에서 지워도 좋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어 낼 전망이다. 기존의 A.J 및 뎀스터와 함께 오클랜드에 필적하는 영건 마운드를 형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외형은 비슷하겠지만 질적 면에서 오클랜드에 비하기는 아직 어렵다.)

그 외에도 자만감으로 똘똘 뭉친 이시이와 신인으로서는 페냐에게 최고의 1루수 자리를 내줄 수 없고 팀에서도 지암비에게 1루를 빼앗길 수 없다고 다짐하는 닉 존슨, 데뷔 경기부터 위력적인 투구에다 투수로서 홈런까지 날려댄 콜로라도의 제닝스, 겨우 5선발 자릴 얻은 휴스턴의 에르난데스, 에르난데스에 밀린 레딩 등도 큰 기대가 간다. 그러나 봄바람난 동네처녀와 유망주는 믿지 말라고 했다. 너무도 큰 기대와 함께 너무도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신인왕급 활약을 펼치다가 월러스의 전철을 밟고 있는 릭 앤키엘의 후속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많은 출장이 보장될 것으로 보이는 김선우와 데뷔를 벼르고 있는 최희섭의 활약이 한국의 팬들을 즐겁게 해줄 전망이다.

Point 6) 메이드 인 저팬

일본산 신인 아닌 신인들이 올시즌에도 대폭 빅리그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이시이다. 물론 여러 면에서 그는 이치로와는 다른 선수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다 자만감 하나만큼은 MVP감이라는 점뿐. 이시이의 적응 여부는 다져스의 명운과 바로 그 궤를 같이 한다. 브라운이 건강상의 이유로 또 작년 정도(그러나 부상 와중에 출장한 경기들의 결과만 보면 너무도 놀랍지만)의 활약, 또는 그 이하를 보여줄 경우 불안한 애쉬비를 제외하고는 노모와 이시이 두 일제 상품만이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선발진 중 유일한 좌완이다. 여러모로 해줘야 할 일이 많다.

다구치는 어차피 백업용으로 데려왔고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아직은 전혀 볼에 손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 신조 정도를 해주지라 생각하겠지만 프라이드가 저패니즈 플레이어들의 최대 무기인데 반해 다구치가 너무 얌전하다는 게 문제일까?

정작 이들의 활약은 올시즌 이후의 이미 예약된 저패니즈의 빅리그 진출 러쉬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큰 관심거리다. 현재로서 이치로 정도의 성공을 거둘 선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량적으로 일본선수들이 넘쳐나게 되면 저팬리그의 수익성 감소, 스타 부재를 부채질하고 세계 야구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을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간다. 할 수 있다면 한, 일, 대만 3국을 묶는 아시아 리그를 만들어 미국 주도의 야구 시장에 새로운 축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몽상을 해본다.

Point 7) 지도를 바꿔라

올시즌이 마치면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운명을 결정짓는 처결과 함께 도마위에 오른 미네소타 트윈스까지 다시 한번 핫이슈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은 연고지 이전과 리그 재편과 관련되어 야구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실릭은 여전히 탐파와 디백스에게 리그 이동을 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꼭 행사하고 싶어한다. (여러 정황을 볼때 실릭은 권력을 휘두르는 그 자체를 매우 즐거워하는 권력탐닉형 인물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 리그 재편은 14개씩 양대리그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관련되어 있어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만약 퇴출이 진행된다면 역순위 드래프트가 벌어져 초유의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오클랜드 에이스는 이사를 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다. 꽤 괜찮은 시장이 될 세너제이와 워싱턴을 놓고 고민 중인데 시즌이 끝나면 본격적인 저울질이 시작될 것이다. 어디로 결정나던 이제 돈 때문에 팀의 주축선수를 멍하니 구경만 하며 잃는 비극은 없어질 것이니 에이스 팬들으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int 8) 홈런은 계속 된다

올 시즌 기대되는 홈런 기록은 배리 본즈의 73을 뛰어넘는 비인간적인 기록은 아니다. 가장 현실성 있는 기록은 텍사스의 한 시즌 팀 홈런 기록 갱신이다. 이미 조심스레 예측이 되고 있으며 누구나 10여개씩 때려낼 수 있는 주전들, 그 중에서도 아무리 못해도 20여개를 칠 2명과 40개를 쳐낼 수 있는 2명과 50개 이상을 칠 1명이 있다. 만약 레인저스가 포스트 진출을 못한다고 해도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팀 타점 기록 갱신은 보너스로 따라올지도 모른다. 원조 타점머신이 고향으로 돌아왔고 득점권에서 강한 타자들이 즐비하니까 (*)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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