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백악관 "대북 군사행동 임박신호 아니다"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4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비난한 발언이 미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미 정부의 해명〓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등에 대한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은 ‘역사적이라기보다는 수사적인 것’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과 비교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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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버드 주한 美대사 문답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은 테러전쟁의 공격 목표가 아니다”며 “우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북한 포용노력을 지지하며 그같은 노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는데 중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언제나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을 결행할 태세가 돼 있다”고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각국 언론 반응〓뉴욕타임스지는 ‘무력의 한계’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무력과 협박이 미국 외교정책의 전면에 떠올랐다”며 “9·11테러가 미국에 무제한의 ‘사냥 면허’를 준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전임 대통령들은 곧바로 군사력에 기대는 것이 국내 지지를 잃고 미국의 국제 이익을 훼손시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며 “군사력은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 외에도 1면에 기사를 싣고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한과 이란을 이라크와 도매금으로 취급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햇볕정책’을 추구하는 김 대통령과 더욱 복잡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며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커트 캠벨의 말을 인용해 “북-미관계는 다시 한겨울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북한과 이란을 이라크와 한통속으로 취급한 것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본 것이며 세계의 동맹국들을 멀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디펜던트지도 “미국은 이미 시기와 미움의 대상이며 그의 연설은 이런 감정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고, 가디언지도 “부시의 연설은 9·11테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사국 반응〓이란 등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 비난했다. 특히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부시는 오만하고 공격적이며 내정 간섭적인 발언으로 이란 국민을 모욕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카말 하라지 외무장관이 31일 뉴욕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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