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현장21]자유총연맹 홈페이지 해킹당해

  • 입력 2000년 8월 8일 17시 09분


7월 한달간 사이버공간을 뜨겁게 달구었던 서울 S여중 학생들의 후배 폭행사건이 한국자유총연맹의 홈페이지 해킹으로 비화됐다.

이 단체는 7일 오전 11시 30분경 홈페이지를 폐쇄, 8일 오후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해킹의 이유는 지난 4월 발생했던 S여중 학생들의 폭행사건 가해자가 이 단체 간부의 딸이라는 의혹 때문으로 추정된다.

홈페이지를 폐쇄하기 4~5일전 한국자유총연맹의 홈페이지에 해커가 침입, '18'이라는 이름의 텍스트 파일이 뜨도록 만들어 놓았다.

파일 내용은 7월초부터 일부 언론사 게시판에 등장하기 시작한 학교폭력조직 (일명 '일진회') 학생들의 후배 폭행사건 피해자 학생의 어머니가 쓴 '눈물의 탄원서' 전문이었다.

사건의 요지는 3학년 여중생 다섯명이 2학년 후배를 구타, 코뼈가 내려앉는 등의 중상을 입혔다는 것.

피해자 어머니는 호소문에서 딸이 폭행을 당한 곳은 가해자 학생 중 한 명의 집이었으나 그 어머니는 피를 흘리는 피해자 학생을 보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 후에도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아이들을 타이르기보다는 협박과 회유로 고소취하를 강요하고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현재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니던 학교에서는 전학을 한 상태다.

가해 학생들은 5일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탄원서에서 가해자 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가 '한국자유총연맹 ○○지부 간부'라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눈물의 탄원서'를 7월초 일부 언론사 게시판에 올렸고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다른 게시판에 올리고 읽은 사람이 다시 퍼 옮기기를 반복, 7월 한달간 '경찰 어머니의 불륜을 고발하는 딸의 글'과 함께 사이버공간의 최대 이슈로 떠 올랐다.

네티즌 사이에는 가해 학생의 부모가 지위를 이용, 관대한 처벌을 받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자유총연맹 간부'로 알려진 가해학생의 아버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갔다.

이 사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6일 오후부터 각 사이트에는 '이 시간 자유총연맹 홈페이지가 파괴됐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자유총연맹 홈페이지는 해킹을 당해 화면에는 'CLICK HERE'라는 영문자만이 나타났고, 이를 클릭하면 '눈물의 탄원서' 전문이 뜨도록 돼 있었다.

현재 자유총연맹은 이 페이지가 보이지 않도록 사이트를 막아놓은 상태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내부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관련자가 ○○지부 간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몇몇 사이트에 단체의 입장을 밝혔지만 해킹이 풀어지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며 "'산하 조직의 간부'가 '본부 핵심간부'로 소문이 돌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총연맹 홈페이지 해킹 사건에 대해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것은 약과다. 더 큰 응징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응징을 하더라도 홈페이지를 파괴하는 것은 사이버테러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오세린/동아닷컴기자 oh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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