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지식경영" 목청…정작 뜻몰라 우왕좌왕

입력 2000-01-16 20:04수정 2009-09-2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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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산업현장이나 정부부처 곳곳에서 ‘지식경제’ ‘지식경영’ 구호를 외치지만 대부분 그 뜻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무실마다 초고속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과분할 정도의’ 정보환경을 가꾸어 놓았지만 임직원들은 ‘이런 게 지식경영일까’라고 의문을 품는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 직후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손병두부회장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전경련이 지식기반경제센터를 만들기로 한 것과 관련, ‘지식경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것. “그것을 알고싶어 센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충 넘어갔지만 ‘286’세대 경영인 대부분은 지식경영에 자신이 없다.

▽지식경영은 목적이 아닌 수단〓지식경영은 ‘지식을 활용해 조직의 목적을 이루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지식경영을 활용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지식을 활용해 행정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지식경영을 통해 국민복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지식경영은 정보화경영보다 한차원 높은 개념이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무한한 정보를 특정한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축적해 공유, 활용하면 지식경영 단계에 한발 들여놓은 셈이다. 똑같은 원자핵 정보를 활용해 폭탄을 만들기도 하고 발전설비에 응용하기도 하는 것처럼 지식경영엔 ‘목적’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첨단 정보네트워크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지식경영 심포지엄엔 무려 1200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이 연구소 윤순봉이사는 “지식경영을 유행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라며 “기업전략 및 경영방식에 맞춰 지식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식경영은 무수히 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첨단 정보네트워크를 갖춰야 지식경영의 승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초고속 네트워크를 까는 것은 이 때문. 그러나 이는 정보의 확산과 공유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문자로 남길 수 없는 운전요령과 같은 ‘암묵지(暗默智)’는 첨단 네트워크로도 전수가 안되며 오히려 돈이 적게 드는 ‘맨투맨 학습’이 효과적이다. 윤이사는 “지식경영을 채용한 초우량기업들이 정보담당 최고임원(CIO)들을 지식담당 최고임원(CKO) 밑에 두는 것은 막연한 정보기술(IT) 지상주의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영 도입의 ABC〓지식경영의 세계에선 사세나 업종구분이 무의미하다. 수박을 재배하는 농민이나 자장면을 배달하는 중국집 종업원도 ‘전략적’ 관점에서 지식기반을 쌓고 써먹을 수 있다. 핵가족 수요에 맞춰 수박을 4등분해 랩에 싸서 배달하거나 속성배달로 고객을 확보한 고려대앞 ‘번개반점’은 훌륭한 지식경영 사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지식경영의 순서는 △경영환경에 맞춰 매출 목표, 시장점유율 목표 등을 설정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채택 △수단을 얻기 위한 적정한 지식수준을 설정해 현 지식 수준과의 격차를 점검 △첨단 네트워크 구축이나 인적 자원 확보, 조직 재구축, 사내 정보교육 등. 이 방식을 따르더라도 비용과 비교해 효과가 의심스럽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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