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금강展]안휘준씨『진경산수화는 민족의식 발현』

  • 입력 1999년 7월 12일 19시 25분


『정선의 ‘금강산도’는 진경(眞景)산수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서울대 안휘준교수(한국미술사)는 현재 서울 동아일보 광화문사옥 일민미술관에서 개최중인 ‘몽유금강―그림으로 보는 금강산300년’전에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진경산수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특별 강연회 ‘한국의 실경산수화와 진경산수화’에서 “실경(實景)산수화는 실재하는 경치를 그린 산수화, 또는 실재하는 경치와 닮게 그린 산수화를 말한다. 진경산수화는 넓은 의미에서 실경산수화에 포함되지만 독자적인 양식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진경산수화는 18세기 이후 겸재 정선이 금강산 등 우리 땅을 독특한 양식으로 그리면서 일어난 화풍. 정선의 그림도 실재하는 경치를 그렸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실경산수화에 포함된다.

우리땅 금강산을 그린 사람은 정선이 최초가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정선의 그림을 ‘진경산수’라고 구분하는 것은 정선이 중국산수나 관념 속의 이상향을 그리는 예전의 유행에서 크게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실경산수가 있었으나 주류는 아니었다. 양식의 차이도 분명하다. 안교수는 정선의 그림에서부터 전통산수화에 부드러운 표현을 위주로 하는 남종화풍의 기법이 도입됐다고 본다. 이전의 국내 전통산수화는 대개 북종화풍이었다는 것.

이같은 정선이후의 화풍을 구분하는 용어로 ‘참으로 우리식 산수’라는 뜻의 ‘진경산수’를 쓰게 됐다. 조선 중기의 정치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우리민족의 자아의식이 발현된 것이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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