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음모론]시나리오작가 장용민씨 인터뷰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시나리오를 쓴 장용민(30)은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로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닐 경우가 적지 않으며 ‘진실’은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대학(서울대미대)에 들어와서 내가 사실로 믿어왔던게 거짓이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광주사태’도 고교때까지는 ‘폭도’들이 일으킨 건줄 알았거든요. 학교에 써붙여진 대자보를 보고 속았구나, 싶었어요.”

그가 잘못 알아온 많은 사건들이그 를 ‘열받게’했다.특히 정치적 사건들, 국민들은 다 감잡고 있는데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정치꾼들을 보면서 “좋다. 당신들이 우리를 정치로 속인다면 나는 이야기로 속여보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졸업후 군복무하던 시절 음모론의 ‘고수(高手)’ 움베르토 에코를 만났다. ‘푸코의 추’ ‘장미의 이름’을 수도 없이 읽었다. ‘건축무한…’은 이때 구상한 것을 96년 제대후 컴퓨터그래픽 회사에서 일하며 한달만에 쓴 것.

집필은 음모가 가득한 줄거리를 잡아놓은 것이 먼저. 그 다음 여기에 맞는 역사적 자료를 찾아내 끼워넣었다. 이상의 시도 암호로 쓰기에 적당한 것이 없을까 찾다가 발견해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까닭일까, 일제가 한국의 정기를 압살하기 위해 당시 조선총독부 지하에 철심을 박아놓았다는 ‘음모’를 설정한 것이 총독부 건물 철거 전이었다. 그런데 실제 이 건물 철거후인 96년말 쇠말뚝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에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정치가 투명하지 못할 때 음모론이 창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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