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뒷얘기]『가짜는 척 보면 압니다』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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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이 없군. 절반이 가짜야. 아마 피라미 도굴범 같은데…”

지난 21일 1백억원대 문화재 도굴꾼이 검찰에 구속됐다. 그날 밤 TV뉴스를 지켜보던 한 문화재전문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어떻게 첫눈에 가짜를 알아낼 수 있었을까.

문화재 전문가에게 중요한 것은 ‘감’. “가짜를 보면 찜찜한 느낌이 듭니다. 10년 동안 진품명품과 함께 하다 보니 안목이 생긴 겁니다.”(국립중앙박물관 최응천 학예연구관).

감식은 유물의 시대별 양식(그림일 경우 화가의 화풍)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짜가 가장 많은 그림의 경우 구석에 있는 글씨와 도장도 눈여겨 본다. 필선도 속이기 힘든 부분.

추사체(秋史體) 글씨, 단원(檀園)김홍도 정선 대원군의 그림은 대부분이 가짜다. 요즘에는 통째로 위조한 가짜도 많다. 그러나 제자가 스승의 글씨 그림을 모방했던 조선시대 작품에 최근 가짜 도장을 찍어넣은 것도 적지 않다. 최연구관은 “대가의 그림일수록 가짜가 많다”며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짜가 적은 부문은 별로 돈이 되지 않는 토기류라는 귀띔이다.

94년 일본에서 들여온 신윤복의 ‘속화첩(俗畵帖)’을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일이 있다. 이 그림을 구입했던 고미술상이 ‘진짜’라고 발표하자 학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진짜라면 국보급이었기 때문. 곧 의문이 제기되면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물론 가짜라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신윤복의 그림을 눈여겨 봐온 사람이라면 이 속화첩은 가짜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필선이나 화풍이 신윤복의 그림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

범종의 경우 문양이 너무 선명하거나 타종과 마모의 흔적이 없으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또 불상의 경우 얼굴형태와 옷주름선 받침대 등이 각각 다른 시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가짜로 봐야 한다.

이밖에 최초라고 하는 작품, 이미 알려진 명품과 똑같은 작품도 일단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나 92년 가짜 거북선총통이 국보로 둔갑됐을 만큼 가짜 제작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가짜를 만드는 사람 못지 않게 전문가들도 노력해야 합니다. 한 눈에 가짜를 알아본다는 게 점점 어려워지니까요.” 한 문화재전문가의 고백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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