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긴급점검③]쌍용硏신소재팀 해체 8년연구 허사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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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중 신소재 연구개발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덕연구단지내 쌍용양회 중앙연구소는 올해초 신소재연구팀을 해체하고 석박사급 연구원 30여명을 내보냈다.

90년대초 자동차와 전자부품의 첨단소재로 각광받던 기능성 세라믹분야에 뛰어들어 신제품 개발을 마치고 현장테스트를 거쳐 99년초부터 양산을 앞둔 시점이었다.

연구팀이 해체되는 날 한 연구원은 “내가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 8년간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의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포기하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소재팀에는 쌍용의 엘리트 연구원들이 총집결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온 사람, 국내 대학에서 연구개발로 잔뼈가 굵은 사람 등 경영층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서 연구원들을 선발했다.

그러나 기업경영이 어려워지자 이들이 모두 ‘정리대상’이 된 것. 연구소의 환경연구팀은 절반, 구소재이지만 현재 주력사업인 시멘트연구팀은 10% 감축됐다.

연구부서 자체가 없어지면서 연구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40대 박사들 중에는 대학으로 돌아가 후배들 눈치를 보면서 포스트닥(박사후과정)을 밟거나 다른 연구소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20대나 30대 초반 젊은 연구원들은 전공분야를 아예 바꿔 유학가거나 취직했다.

연구팀중 3개 그룹은 쌍용연구소의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아직 본격 매출이 나는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이들의 기술력을 인정해줘 시장전망은 밝은 편.

A사를 창업한 P박사는 “중소기업의 한계 때문에 원래 우리가 하려던 사업규모의 10분의 1도 이루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연구소에 남은 직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과학기술자로서 ‘평생직장’을 꿈꾸던 이들은 ‘언제 잘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내일 때문에’연구분위기가 크게 위축돼 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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