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의 사회학]진세훈/「억지 수술」은 효과 적다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17분


미국 뉴욕의 한 통증치료센터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통증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때맞춰 진통제를 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프다고 할 때만 진통제를 줬다. 결과는 아프다고 할 때 진통제를 준 그룹이 질병의 치료경과가 훨씬 좋았다. 성형수술도 마찬가지. 주위의 강권(强勸)으로 받을 때는 만족도도 떨어지고 통증도 훨씬 커진다. 결혼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겠다는 딸을 데리고 와 좀더 예쁘게 만들어 빨리 시집을 보내겠다는 50대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아주 적극적인데 반해 딸은 고깃집에 끌려온 스님의 표정이었다.

“선생님, 얘 눈만 좀 예쁘면 어디 나무랄 데 없는 예비신부 아녜요? 근데 통 시집갈 생각이 없어 내가 강제로 데려왔어요.”

“참, 엄마는…. 난 공부가 급하단 말야. 결혼은 박사코스 끝난 뒤에 할거란 말야.”

“이것아, 세월이 널 기다려 준대? 잔말말고 좀 예쁘게 해서 어서 결혼해.”

딸의 공부는 한 두 해에 끝날 것이 아니고 모녀의 입씨름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차라리 어머니의 급한 마음을 수술해야겠는데 딸이 수술대 위에 누워야할 상황이 됐으니…. 어떻게 해야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까?

딸의 눈은 6∼8㎜의 쌍꺼풀을 하면 예쁜 눈이 될 듯했다. 그러나 원치 않는 수술로 수술 후 변한 이미지가 낯설어 보이고 만족도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래서 “딸이 원할 때 수술하면 모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어머니를 간신히 설득한 후 이들을 돌려 보냈다. 02―566―6131,2

진세훈(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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