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도 고혈압 합병증?… 뇌혈관 막힐땐 발병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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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건강 리디자인]
[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고혈압 가족력환자 건강 컨설팅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동시에 나타난 나주환(가명·왼쪽) 씨가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에게 체성분 분석 및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듣고 있다. 임 교수는 “복부비만을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동시에 나타난 나주환(가명·왼쪽) 씨가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에게 체성분 분석 및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듣고 있다. 임 교수는 “복부비만을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3년 미국 필라델피아로의 이민을 준비하던 나주환(가명·63) 씨는 이민 신청에 필요한 건강검진을 받던 중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한번 술자리에 앉으면 소주 10병도 무리 없이 마시고 예순에 접어든 나이에도 사업을 왕성하게 할 정도로 건강하다고 자부했지만 몸은 골병이 들어가고 있었던 것. 게다가 그 수치가 이완기 100, 수축기 160(정상은 이완기 80 이하, 수축기 120 이하)으로 매우 높아 “지금 이민보다도 고혈압 치료가 더 급하다”는 말을 들었다.

나 씨는 부모님과 형제가 고혈압을 앓았던 가족력이 있지만 그동안 이를 간과해왔다. 나 씨의 아버지는 평생 고혈압 약을 복용하다가 노환으로 사망했다. 이후 어머니는 고혈압을 앓다가 파킨슨병으로 사망했다. 고혈압은 유전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직계 가족 중에 고혈압이 있으면 본인도 고혈압이 생길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20∼30% 높아진다.

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한국에 귀국한 나 씨. 동아일보 건강리디자인팀은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와 함께 나 씨의 고혈압 진행 상태와 합병증 발생 여부 등을 점검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설치된 이중 에너지 X선 흡수 촬영기(DEXA)를 통해 방사선 노출 없이 나 씨의 체구성 성분과 복부 내장지방도 검사했다.

○ 파킨슨병도 일으키는 고혈압

임 교수는 “어머니의 직접적 사인은 파킨슨병이지만 이 병은 고혈압에 의한 뇌혈관 막힘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 씨는 “고혈압 때문에 파킨슨병이 나타날 수 있느냐?”고 놀라워하며 되물었다.

뇌혈관 막힘은 고혈압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합병증 중 하나다. 고혈압 환자는 혈관이 좁아져 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뇌에 나타나면 뇌중풍(뇌졸중), 뇌출혈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은 뇌혈관 문제로 인해 신체조작 및 인지기능에 장애가 나타나는 병으로, 그의 어머니는 고혈압에 의한 뇌혈관 막힘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임 교수는 “고혈압은 꾸준히 혈압 약을 복용하며 조절하면 된다”면서 “방치하면 또 다른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의 권유에 따라 나 씨는 전신의 체구성 성분을 살펴볼 수 있는 이중 에너지 X선 흡수 촬영,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신체 분석을 받았다.

심장 CT 검사 결과 심장(관상)동맥 협착이 발견됐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의 30%가 꽉 막힌 상태였다. 임 교수가 보여준 차트 속 나 씨의 혈관은 뻥 뚫린 관이 아니라 흰 찌꺼기가 쌓인 모습이었다. 혈관에 쌓인 찌꺼기들이 석회질로 변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찌꺼기들이 피 흐름을 방해했다.

○ ‘소금기’ 많은 음식들…얼마나 먹어야 안전할까

나 씨는 짠 음식을 좋아한다. 부인도 마찬가지다.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간 이후에는 염분 섭취가 훨씬 많아졌다. 나 씨는 “미국에선 대부분 음식이 짠 편이다”라면서 “도대체 어느 정도로 싱겁게 먹어야 안전하냐”고 물었다.

짠 음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짠 음식을 먹으면 혈관을 지나는 피의 양이 많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진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이 손상돼 혈류 흐름이 막히거나 혈관이 터져버려 생명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염분을 하루 10g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미각에 의존해 염분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미각세포도 퇴화해 ‘싱거운 음식’과 ‘짠 음식’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음식이 뜨거운 상태에서 확인하면 짠 음식도 덜 짜게 느껴질 수 있다. 염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염도계’를 구비하는 게 좋다.

임 교수는 “국 한 그릇에 3∼4g, 햄버거 하나당 2∼2.5g의 염분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즉, 하루 세 끼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반찬을 전혀 먹지 않더라도 이미 하루에 먹어야 할 염분의 양을 초과하게 된다. 고혈압 환자라면 아예 국물은 먹지 않아야 한다.

자주 먹는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있는 염분은 7g이 넘는다. 라면 한 그릇에 포함된 염분도 5.3g이다. 피자는 한 조각에 3.3g, 감자칩 한 봉지에는 1.3g의 염분이 들어있다. 나 씨는 “늦둥이인 고3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라며 “나뿐 아니라 가족들도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 씨는 최근 식사 때마다 생수를 끓인 뒤 짠 음식이 나오면 물을 부어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 대표 성인질환 전부 나타나…체중조절이 우선


건강에 자부심이 컸던 나 씨의 생각과 달리 그의 몸은 ‘성인병 종합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혈압 외에도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모두 나타났기 때문. 심혈관 질환 초기 증세도 보였다. 그는 혈압, 혈당 조절 약을 복용하면서도 합병증 예방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체중조절. 나 씨는 키 172cm에 몸무게 96kg으로 체질량지수가 32.4에 해당하는 고도비만이었다. 특히 내장 지방량이 128cm²(정상 103.8 미만)로 많은 복부비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나 씨는 친인척의 사업을 도우면서 회식도 자주 하는 편이다. 임 교수는 “운동을 통해 체중을 5% 정도 감량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술자리를 피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나 씨는 현재 술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던 일들을 건강을 위해 중단했다. 그 대신 강원도 시골마을에서 작은 농장을 일구며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치의 한마디]싱겁게 먹고, 스트레스 피하고, 푹 자야 혈관 건강 ▼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나주환(가명) 씨는 고혈압 외에 심장동맥도 좁아져 있었고 당뇨병과 고지혈증도 있었다.

고혈압은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조절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는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혈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합병증으로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심장 질환과 중풍 등의 뇌혈관 질환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신장 질환도 생길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제시하는 ‘3가지 수칙’은 염분, 스트레스, 수면 조절이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싱겁게 먹는 것. 하루 염분 섭취량은 10g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혈관의 긴장상태를 높여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합병증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수면도 중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몸이 긴장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올라간다. 따라서 성인의 경우 7시간 이상의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씨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후에 살을 뺐다고 하지만 여전히 복부에 내장 비만이 심한 상태다. 추가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려면 본인 몸무게의 5%는 줄여야 한다.

다행히도 환자는 술자리가 많은 직장을 벗어나 강원도의 시골 마을에서 밭을 가꾸며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밭을 가꾸는 것만으로도 큰 운동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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