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시멘트 공화국’ 이대론 안된다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0분


호주의 역사학자 개번 매코맥은 ‘허울뿐인 풍요(토건국가 일본)’라는 책에서 “일본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모방할 가치도 없고 정당화되기도 어렵다”고 단정지었다. 그는 “일상생활, 자연환경 등을 희생시키며 풍요는 얻었지만 형편없는 복지수준에 국민들은 불안과 공허감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토목공사 과정에 부패의 고리는 끝없이 이어진다. 국가는 빚을 안고 자연은 파괴되고 그 부담은 후손에게 전가시켰다”고 비판했다.

권력의 재생산과 이윤의 분배과정에서 건설행위를 통해 대규모의 ‘나눠먹기 체계’가 형성되는 이런 국가를 그는 ‘토건국가’ 라고 불렀다. 한 나라를 ‘토건국가’라고 정의한 그의 주장에 한국을 대비해 보면 더 놀랄 일이 많다. 그중의 한 사례인 건설과잉투자는 우리나라의 시멘트 소비량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08년 우리나라의 시멘트 총 소비량은 5100만 t으로 국민 1인당 소비량은 1140kg이었다.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국민이 한 해 20kg짜리 시멘트를 60개나 썼다는 꼴이다. 이 양은 세계 5위의 수준이다. 미국은 397kg, 독일이 466kg, 영국은 217kg 수준이다.

세계에서 시멘트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오랜 기간 일본이었다. 그런데 2006년도를 비교해보면 당시 한국은 998kg이었고 일본은 456kg이었다. 한국의 시멘트 소비량이 국토면적 4배, 인구 3배, 국민총생산(GNP) 7배인 일본의 2배 수준이었 것이다.

정작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과잉건설에 대한 회의론과 환경론이 대두됐다. 시멘트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소비량이 급속히 줄었다. 반면 우리는 이웃나라에서 벌어지는 냉철한 반성을 무시한 채 건설 중심, 그것도 콘크리트 위주로 숨차게 달려왔다. 앞으로 4년간 이 양이 얼마나 늘어날지 보통 걱정이 아니다. 한 해 5000만 t의 시멘트 소비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석회석 광산의 채굴량, 소성로(벽돌 등을 구워내는 가마)의 열손실, 이산화탄소 발생 등 국토와 대기의 엄청난 오염을 의미한다.

한국은 2001년도 건설투자 비중이 국민총생산의 17.9%로 세계 최고였다. 이 수치는 2008년 18.5%로 늘었다. 7∼8%대인 선진국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건설투자 비용을 더 늘릴 계획이다.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이 2008년 19조6000억 원에서 2012년 26조 원으로 확대된다. 이는 곧 시멘트 소비량이 5000만 t에서 7000만 t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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