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칼 안 대는 갑상샘질환 치료

  • 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0분


《최근 갑상샘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주변에서 갑상샘 암이나 갑상샘 호르몬 질환을 앓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1995∼2002년 갑상샘 암 환자는 무려 246% 늘어났다. ‘혹시 나에게 갑상샘 결절(혹)이 생기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자신의 목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갑상샘 혹 때문에 6년간 고생한 강희순(36·여·서울 종로구 창신동) 씨의 치료 과정을 따라가 봤다.》

어느날 볼록 목아래 혹… 고주파 열로 흉터없이 싹∼

○ 혹이 6년간 점점 커져

2003년 강 씨는 처음 목에 이상을 느꼈다. 오른쪽 목 아래부분이 불룩하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집 근처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담당 의사는 갑상샘에 혹이 있는 것 같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아보니 지름 1.3cm 크기의 물혹이었다. 의사는 “아직은 크기가 작으니 생활에 큰 불편이 없으면 일단 두고 보자”고 했다. 해가 갈수록 혹의 크기는 점점 커져 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강 씨의 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이 왜 이렇게 불룩하냐”면서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혹이 커지자 생활이 불편했다. 세수를 할 때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누우면 많이 답답했다. 옷을 입을 때도 남들 눈에 뜨일까봐 항상 스카프를 걸쳤다.

지난해 병원을 찾았더니 혹은 지름 6cm로 자라 있었다. 대학병원 두 군데를 가봤는데 모두 수술을 할 것을 권했다. 전신마취를 한 후 목의 피부를 절개해 혹을 절단하는 외과적 수술이었다. 흉터도 5cm 정도 남는다고 했다. 겨드랑이를 절개해 흉터 없이 수술해주는 곳이 있었지만 대신 두 배 가까운 250만∼300만 원이라는 수술비가 부담스러웠다.

강 씨는 “전신마취를 하고 목에 칼을 대는 것이 무서웠다”면서 “게다가 흉터까지 생긴다니 ‘차라리 안하고 말지’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 칼 대신 고주파로 혹 제거

수술이 두려웠던 강 씨는 대안으로 고주파를 이용하는 시술을 택했다. 기존의 수술이 칼로 혹을 도려내는 것이라면 고주파 열 응고술은 뜨거운 열로 태워 없애는 것이다.

고주파 열 응고술은 의사가 초음파를 통해 결절의 위치를 파악하고 결절 내에 정확하게 바늘을 삽입해 20∼60W의 전기를 출력해 섭씨 100도의 열로 결절을 태워 없앤다.

이 시술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갑상샘초음파와 조직검사 등을 통해 결절의 크기, 개수, 모양, 위치, 양성·악성 여부를 진단한다. 또 혈액검사를 통해서 갑상샘 호르몬 이상(갑상샘기능항진증, 갑상샘기능저하증) 여부도 알아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초음파 검사다. 절개를 통해 결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초음파를 통해 혹의 위치를 판단하므로 화면이 좋은 초음파 기기와 숙련된 전문의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초음파 검사 결과 강 씨는 지름 5.8cm짜리 단순 물혹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물혹이 커서 물을 빼내는 시술과 조직을 태워 없애는 시술이 병행됐다.

고주파 열 응고술은 해당 부위를 국소마취하고 지름 1mm의 가는 갑상샘 전용 유도바늘을 넣어 섭씨 100도의 열로 태워 없앤다. 부분마취를 하기 때문에 통증은 거의 없다.

강 씨는 “태워 없애는 시술이어서 뜨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바늘이 들어갈 때 묵직한 느낌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문제가 없었다”며 “시술은 15분 정도 걸렸고 지혈을 하면서 회복실에서 30분 정도 쉬고 나자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강 씨를 수술한 강북서울외과 이기문 원장은 “물혹은 2cm 정도까지는 한 번에 물을 빼내고 조직을 태워 없애는 것이 가능한 반면 딱딱한 혹은 1cm까지는 한 번에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보다 크기가 크다면 여러 번에 나누어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두 달여에 걸친 시술로 결절 조직이 깨끗이 없어졌다. 그러나 고주파 시술에도 단점은 있다. 목에 바늘을 넣는 만큼 감염이나 출혈의 가능성이 있고, 개인에 따라 시술 후 2, 3일간 뻐근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바늘을 넣는 각도를 잘못하면 식도나 경동맥을 손상시킬 수도 있으므로 고주파 시술을 많이 해본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목이 답답하고 음식을 제대로 넘기기 어려운 경우, 결절로 인해 호흡이 곤란한 경우, 결절이 2, 3cm로 커져 외관상 드러나 보이는 경우, 약물치료로도 혹이 계속 커지는 경우,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고주파 열 응고술을 적용하면 좋다.

지난해 말 첫 치료를 시작해 최근 마지막 시술을 끝낸 강 씨는 불룩했던 혹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목 부위에 바늘을 찔렀던 미세한 흉터도 없어졌다.

“요즘은 아침마다 행복해요. 거울을 볼 때면 언제 내 목에 혹이 있었나 싶어요.”

강북서울외과 www.kbseoulsurgery.co.kr 02-747-0001

갑상샘 결절 치료법
시술시술방법장점단점
약물치료갑상샘 호르몬제 투여시술이 필요없음일부 환자에게만 효과 있음. 다량의 갑상샘호르몬제 복용시 심장부정맥, 골다공증 등 부작용 생길 수 있음.
에탄올 경화요법에탄올을 결절 내에 주입시술이 간단시술 시 국소적 통증이 생길 수 있음. 알코올이 샐 경우 성대마비가 올 수 있음.
외과적 수술목 절개 후 결절 제거결절 제거 효과 확실. 큰 결절도 한 번에 제거전신마취에 따른 합병증 및 부작용 올 수 있음. 출혈, 감염, 성대 마비 등 합병증 생길 수 있음. 흉터 남음.
고주파시술결절 부위를 고주파 열로 태워 없앰시술 간단. 통증이 적고 회복 빠름. 흉터 없음갑상샘암의 경우 치료가 어려움. 5% 내외의 재발 가능(재발 시 고주파로 치료). 결절이 크면 여러 차례 시술해야 함.
레이저시술결절 부위를 레이저로 태워 없앰고주파와 동일고주파와 동일
자료:강북서울외과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갑상샘암 걱정마세요… 혹 떼면 생존율 95%

갑상샘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목 앞쪽에 튀어나온 목울대(물렁뼈)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해 양 옆으로 나뉘어져 있다.

마치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편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무게는 15∼20g으로 작지만 우리 몸의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장기이다.

갑상샘의 크기는 작지만 관련 질병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갑상샘기능항진증은 호르몬 대사가 많이 분비돼 신진대사가 빨라지는 것이다. 반대로 갑상샘기능저하증은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살이 많이 빠진다면 기능항진증을, 반대로 살이 자꾸 찐다면 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다. 기능항진증은 갑상샘 호르몬의 합성과정을 억제하는 약을, 기능저하증에는 갑상샘 호르몬 투여로 치료한다.

갑상샘의 형태가 변라면서 생기는 질환으로는 갑상샘 비대와 갑상샘 결절이 있다. 갑상샘 비대는 말 그대로 갑상샘이 커지는 것. 갑상샘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결절이 생기지 않은 단순 갑상샘 비대라면 그냥 지내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갑상샘 비대증은 요오드 제재나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해 갑상샘 증식을 억제한다. 거울 앞에서 턱을 약간 들고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실 때 살펴보면 갑상샘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손가락을 갑상샘 부위에 놓고 관찰하면 갑상샘이 커졌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갑상샘 결절은 갑상샘에 혹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결절이 악성이냐 양성이냐 여부가 중요하다. 악성결절은 쉽게 말해 갑상샘 암이다. 다행히 갑상샘 암은 수술을 통해 혹을 제거하면 생존율이 95% 정도가 된다.

양성결절은 암과는 달리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다. 그러나 양성이라고 해도 놔두면 크기가 커지는 경우가 많고 양성에서 악성으로 성질이 바뀌는 경우가 있으므로 없애는 것이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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