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술 어떻게 됐나]자기부상열차

  • 입력 2005년 1월 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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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과 로템이 공동으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UTM-01. 최고시속 110km인 도시형으로 제작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기계연구원과 로템이 공동으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UTM-01. 최고시속 110km인 도시형으로 제작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에 세계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최고 기술이 적지 않다. 특히 수백억 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국책사업의 경우 탁월한 성과들이 여러차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상품으로 개발되지 못한 채 방치돼 온 것도 있다. 한때 ‘최고’로 각광받던 기술의 현주소를 찾아 시리즈로 엮어 원인과 대책을 진단한다.》

1998년 8월 한국의 철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기술이 개발됐다. 대전의 한국기계연구원과 민간기업 로템이 주도해 순수 국내 기술로 자기부상열차 시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자력을 이용해 바퀴가 없이 허공에 떠서 다닌다는 개념 자체가 놀라웠다. 120명을 태울 수 있는 1량 2개가 연결된 규모지만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기술수준을 확보한 것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자기부상열차는 1998년과 마찬가지로 한국기계연구원 내 1.3km의 말발굽 모양의 시험선로만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1989∼2004년 연구개발에 투자된 금액은 352억 원(정부 311억 원, 민간 41억 원). 자기부상열차는 과연 언제쯤 달릴 수 있을까.

○ 최고시속 110km… 한국 제품은 도시형

레일 밑에 있는 차량의 전자석이 레일을 끌어당김으로써 열차가 1cm 뜬다.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떠서 달리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해로운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다. 경사도가 높은 언덕을 쉽게 오르고 급곡선 주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철로와의 마찰이 없어 비행기에 필적하는 시속 500km 이상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시제품의 최고시속은 110km다. 현재 시속 300km로 운행 중인 고속철도(KTX)에 비해서도 훨씬 느리다. 우리의 자기부상열차는 ‘고속형’이 아닌 ‘도시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기계연구원 김동성 박사는 “도시 내 5∼6m 높이에서 주행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는 시속 100km 이상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3월 일본 나고야에서 9km 구간을 오가며 상용화될 예정인 자기부상열차(HSST-100L)도 최고시속 100km인 도시형이다.

○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 등 엇박자로 빛 못봐

사실 한국형 자기부상열차(UTM-01)가 승객을 태우고 달릴 기회가 한 번 있었다. 한국기계연구원 유문환 선임연구원은 “1998년 시제품이 완성됐을 때 과기부가 당시 건설 중이던 인천국제공항 내 1.8km 구간의 셔틀노선에 적용하려 했다”며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해 결정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근까지 시제품은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기술적인 개량만 이뤄져 왔다. 무엇보다 상용화를 위해 산자부(품질인증과 제품화), 건교부(타당성 조사, 노선결정),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구매)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했지만 그동안 과기부만의 단독사업으로 인식돼 세계 수준의 기술이 빛을 못보고 있었다.

○ 2010년까지 3000억 원 투입해 상용화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21일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16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어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최우선 대상으로 자기부상열차를 선정했다. 우선 올해부터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국립중앙과학관까지 1km를 달리는 차량을 만들 계획. 구간이 짧아 실용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2007년 4월이면 관람객들이 자기부상열차를 즐길 수 있다.

본격적인 실용화 사업은 따로 있다. 7km 구간을 달리는 제품 개발이다. 5년간 3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2010년에는 500여 명을 태운 자기부상열차 8대가 달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일이 실현되면 국내 지자체나 외국에 우리의 기술을 본격적으로 팔 수 있게 된다.

현재 정부 관련 부처들의 자세는 적극적이다. 5년 후 국산 자기부상열차가 세계 곳곳에서 ‘뜨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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