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술 어떻게 됐나]액체 로켓 ‘KSR-Ⅲ’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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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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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8일 서해안 태안반도 앞바다의 한 섬.

국내 최초의 액체로켓 ‘KSR-Ⅲ’가 굉음과 함께 화염을 뿜으며

힘차게 하늘로 솟구친다.

로켓은 최대 고도 42.7km에 도달한 후 총 230초간 79km를 비행하고 예상된 서해상의 한 지점에 떨어진다.

5년간 780억 원을 들여 우리 손으로 개발한 로켓이 발사에 성공하는 장면이다.

인공위성을 쏘는 우주발사체로 액체 로켓이 유리하기 때문에 당시 KSR-Ⅲ의 성공은 높이 평가됐다.

이 로켓은 비록 소형이지만 이를 개량하면 한국이 자력으로 금방 위성을 우주로 쏠 수 있을 것처럼 알려졌다.

곧 세계 10위권의 선진우주국에 진입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기술 협력으로 100kg급 과학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 ‘KSLV-1’을 개발해 2007년 10월에 발사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KSLV-1 개발에 KSR-Ⅲ 기술이 직접 적용되지 않고 발사체용 로켓을 러시아에서 거의 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과연 그럴까.》

○ 2007년 KSLV-1 발사에 러시아 로켓 사용

자동차로 치면 KSR-Ⅲ는 시험용이고 KSLV-1은 고성능 차에 비유할 수 있다. 규모도 차이가 난다. KSR-Ⅲ가 길이 14m에 무게 6t인 반면 KSLV-1은 전체 길이 33m에 무게 150t 정도로 예상된다.

사실 KSR-Ⅲ 하나만으로는 추진력이 부족해 우주발사체로 쓰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우주발사체를 구상하던 초창기에는 한때 KSR-Ⅲ 3개를 다발로 묶는 방식도 검토됐다.

과학기술부 우주기술개발과 최은철 과장은 “현재 설계 중인 KSLV-1은 2단 로켓으로 1단은 러시아 주도로 개발되는 액체로켓이고 2단은 우리가 만드는 고체로켓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협력해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 2단 발사체로도 KSR-Ⅲ 사용 못해

우리가 개발한 액체로켓 KSR-Ⅲ를 우주발사체의 1단에 쓰기는 힘들지만 2단으로 쓸 수 있지는 않을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 조광래 박사는 “100kg급 위성을 고도가 300∼1500km인 타원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러시아 주도로 개발되는 추진력 150t의 1단에 추진력 8t의 2단을 선택해야 하는데 KSR-Ⅲ는 추진력이 13t이라 2단용 로켓으로 쓰기에 다소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우리의 경우 액체로켓보다 고체로켓이 더 검증된 기술이라는 점이 강하게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KSR-Ⅲ 이전에 여러 차례 고체로켓을 발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7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우주발사체 KSLV-1은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맞춰 계획되고 있다.

○ 액체로켓 기술축적 의미로는 커

우리의 액체로켓을 직접 우주발사체에 적용하지는 않지만 KSR-Ⅲ를 개발한 경험은 KSLV-1의 1단 로켓을 공동 개발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전망이다.

조 박사는 “소형이라도 액체로켓을 만들어 봤기 때문에 액체로켓 전체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적인 경험을 쌓았다”며 “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함께 설계, 제작하면서 ‘고수’인 러시아의 기술적 지도를 쉽게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진 내 안정적 연소, 로켓의 유도 제어 등이 우리가 배워야 할 핵심기술이다. KSR-Ⅲ는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압력을 가해 섞는 수동적 방식이었으나 KSLV-1에는 연료와 산화제를 터보펌프로 빨아들이는 능동적 방식이 적용된다.

조 박사는 “본격적인 로켓 개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2007년 KSLV-1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되면 비로소 한국이 우주개발을 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 박사팀은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로켓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2015년쯤이면 1.5t짜리 실용급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우주발사체는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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