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비 카시트에 아기를 눕히고, 아기가 심심해할 지도 모르니 로렌즈 블록 장난감도 챙겨준다. 장난감도 싫증이 났는지 아기가 울자 와코도 과자를 손에 쥐어준다. 점심 때는 엔파밀 분유를 아벤트 젖병에 에비앙 워터에 타서 준다. 집에 돌아오니 목욕할 시간. 치코의 목욕제품 세트를 쓰고, 아토피 부위엔 이웃 아줌마가 추천한 일제 아토팜 로션을 발라준다.
외제 유아용품을 사서 쓰는 데 익숙해진 요즘 부모의 육아 풍경을 과장을 보태어 그려보았다. 사실 승민이에게도 가끔은 외제 분유와 생수를 구입해 먹이곤 했다. 몸에 좋다는 막연한 기대에서 말이다.
유아용품 인터넷 쇼핑몰이나 할인마트를 둘러보면 외국브랜드가 3분의 2 이상이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갖가지 외국 브랜드의 제품이 있는데 마치 ‘국제 육아용품 박람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아직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서 구매하는 극성 엄마들도 있다. 최근 백화점업계는 출산율 저하로 유아용품 매출이 떨어지자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점포는 대부분 외국브랜드였다. 국내 업체들도 뒤늦게 고가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외래 브랜드의 무서운 시장 잠식을 막기엔 역부족.
아기물건을 살 때 아내와 나는 실용성과 합리적 가격을 중요시하지만 그래도 명품에 눈길이 가는 것은 ‘우리 승민이만큼은…’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멀티내셔널 명품’으로 키운 아기가 엄마들 바람대로 ‘최고’로 커줄까. 어릴 때부터 유명브랜드의 옷만 입힌 딸이 형편이 어려워진 지금도 계속 브랜드 옷만 고집해 너무 힘들다는 한 아주머니의 푸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진 않는다.
아기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은 자기를 만족시키는 명품 구매는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특별한’ 내 아기에게 줄 것은 명품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스러운 손길과 정성어린 마음일 것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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