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의 줄기세포이야기]당뇨병 치료 새 돌파구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35분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평생을 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짐과 같은 질병이다.

일단 당뇨병에 걸리면 식이요법과 인슐린주사로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성스레 몸조리를 하지만 완치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당뇨병을 속시원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까지 인슐린을 만드는 이자(췌장)의 섬세포(도세포)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해서 환자 스스로 인슐린을 만들도록 시도해 왔지만 성공률은 20% 이하에 그치곤 했다. 이식을 위해 얻어낼 수 있는 섬세포의 양이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돌파구가 발견됐다. 바로 췌장에도 줄기세포가 있어 이들을 증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존 오닐 박사팀에 이어 플로리다대의 아몬 펙 박사팀은 췌장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무려 150차에 걸친 배양 과정에서도 계속 섬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들로부터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과연 이 세포들이 체내에 이식되면 정상적 췌장 섬세포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펙 박사팀은 당뇨병을 유발해서 인슐린 주사로 연명하게 된 쥐에게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를 콩팥 안에 주사한 뒤 인슐린 주사를 끊어 보았다.

이식을 받지 않은 쥐들은 예상대로 즉시 혈당이 증가해 불과 며칠내 ㎖당 400㎎의 고혈당 상태가 되고 2주 만에 ㎖당 700㎎에 도달해 결국 죽었다.

주사를 끊은 뒤의 혈당 증가는 섬세포를 이식받은 쥐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쥐의 혈당 곡선은 며칠 오르다가 서서히 둔화되는가 싶더니 마침내 반전되며 감소하기 시작했고 불과 일주일 만에 거의 정상치로 돌아왔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대로 계속 인슐린을 분비하면 저혈당의 위험에 빠질 수 있고 또 이식된 세포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도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계속 관찰해도 이들 쥐의 혈당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고 5개월이 넘도록 정상치에 가깝게 잘 살아가고 있었다. 즉 이들 ‘당뇨병 쥐’에 이식됐던 섬세포는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을 분비하고 낮을 때는 멈추는, 신체내의 거대한 생리적 조절작용에 완벽하게 적응을 한 것이다.

당뇨병에 걸린 쥐들이 이처럼 인슐린 의존 상태에서 독립한 것처럼, 인간이 당뇨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선포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일까.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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