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문학작품 속의 과학자의 모습은?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53분


로저 베이컨(왼쪽)과 스팔란차니.
로저 베이컨(왼쪽)과 스팔란차니.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로 그려진 두 명의 과학자가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에서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감추는 성직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입니다. 이 대결에서 윌리엄 수도사의 무기는 과학이었으며, 그 근원은 입버릇처럼 말하는 스승 로저 베이컨(Roger Bacon, 1214∼1294)이었습니다.

13세기 영국에서 활동했던 로저 베이컨은 ‘과학적 근대철학’이란 저서에서 이미 비행기와 자동차, 기선을 예견했습니다. 이 때문에 악마의 기적을 일으키려한다는 모함을 받아 10년 간 투옥되었으며 그 책은 사후 300년 동안 금서가 됐습니다.

중세의 지적 암흑기에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념을 전파하는 혁명가의 역할까지 부여받았습니다. 로저 베이컨은 “실험은 모든 이론을 받들고 또 그 이론을 새롭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에만 매달리는 당대의 학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이점이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을 쓸 때 주인공의 사상적 원천으로 로저 베이컨을 택한 이유입니다.

500년 뒤 이탈리아의 스팔란차니(Lazzaro Spallanzani, 1729∼1799) 역시 로저 베이컨과 마찬가지로 실험을 통해 신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과학자였지만 문학작품 속에서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묘사됐습니다.

독일 작가 호프만은 1815년 ‘모래귀신’을 발표하면서 돈을 위해 로봇을 만들어 사람을 현혹시킨 미친 과학자로 스팔란차니를 등장시켰던 것입니다.

스팔란차니는 생명은 저절로 생기지 않음을 증명하려 노력했습니다. 또 소화작용이 추상적인 ‘생명의 힘’ 때문이 아니라 소화액의 화학작용임을 밝히기도 했죠. 그러나 실험을 위해 스스로 소화액을 토해 내거나 음식이 든 나무관을 목안으로 집어넣는 등 기이한 실험을 했기 때문에 미친 과학자의 대명사가 돼버린 것이죠.

과연 오늘날의 과학자는 어떤 이미지로 그려질지 궁금해집니다. 베이컨일까요, 스팔란차니일까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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