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조석준]바다 위의 기상대 ‘기상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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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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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기상청장
조석준 기상청장
하늘이나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수단을 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의사는 청진기와 체온계로 환자를 진단한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 내시경,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장치와 같은 장비로 보이지 않는 인체 내부를 들여다본다. 이런 첨단 의료기기가 나오기 전에는 몸 안의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할 방법이 없어 질병을 조기에 알아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날씨를 예측하려면 한반도 주변의 공기 상태, 즉 온도와 습도, 바람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기상 관측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청진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초적인 기상장비를 통해 관측소가 있는 지점에서만 온도, 습도, 바람, 기압 등의 제한적인 정보만 파악했다.

최근에는 높은 하늘의 공기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고층 기상관측이 보편화됐다. 넓은 지역의 비구름 분포를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는 기상레이더도 활용되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기상위성 ‘천리안’이 작년 6월 발사돼 올해 4월부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반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상에서 내륙으로 접근하는 공기 덩어리가 바다에서 많은 양의 수분과 열을 주고받아 집중호우와 폭설을 내리는 구름이 급격히 발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날씨 예측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바다에는 관측소를 세울 수 없어 지금까지는 내륙과 일부 연안에만 고정 관측망을 둘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리나라 첫 기상관측 전용 선박인 ‘기상1호’가 약 2년여의 건조기간을 거쳐 이달 30일 인천항에서 취항한다. 기상1호는 집중호우나 폭설과 같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기상현상이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해상으로 신속하게 이동해 해양뿐 아니라 공기층의 특성을 관측하게 된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기상대’라고 할 수 있다.

기상1호는 시속 33km로 이동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여러 목적의 관측 조사선박 중에서 가장 빠르다. 서해 어느 지역이든지 10시간 이내에 이동해 정확한 날씨 예측에 필수적인 바다 위 기상상태, 즉 상층 20km까지 공기의 기온과 습도, 기압, 바람 등을 층별로 관측해 위성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수온, 염분, 해류와 같은 일반적인 해양관측도 가능하다. 항해용 레이더로 전방 약 1km까지의 파도 높이와 주기 방향을 연속적으로 관측하고 중국과 몽골에서 발원해 서해상을 통과하는 황사 입자의 농도를 관측할 수 있다.

기상1호의 취항은 기상관측 업무가 내륙에서 바다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육상과 연안에 고정된 관측지점에서만 기상정보를 수집했지만 앞으로는 기상1호로 가장 효과적인 관측지점을 선택해 그 자리에서 입체적인 기상관측을 할 수 있다. 이런 관측정보는 날씨 예측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기상1호는 해상에서의 긴급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사고 해역으로 이동해 긴급 기상정보를 수집해 구조를 지원하는 것이다. 태풍, 지진해일, 방사성물질 누출 등 동북아 지역에 영향을 주는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장마와 태풍이 예상되는 시기에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각국 기상관측선으로 공동 관측해 자료를 공유하면 위험기상 예측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이제 우리나라도 먼바다에서 기상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천리안 기상위성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기상정보를 수집하는 기상감시체계가 구축됐다. 기상청은 이런 최첨단 감시 기술을 바탕으로 기상재해에 대한 사전 대응능력을 높이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재난 공동 대응과 경제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조석준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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