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96…목격자 (12)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7분


코멘트

제2의 모스크바…밀양이 그렇게 불리고 있다는 것은 압니다…김원봉이 이끄는 상하이의열단에는 밀양 사람들이 많으니까요…2년 전 2월, 김원봉이 고향으로 개선했을 때는 온 밀양 사람들이 밀양 제1국민학교에 모여 김원봉 장군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그때 열여덟 살이었죠. 인산인해라 운동장에는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교문 언저리에 있는 벚나무에 기어 올라가 콩알만 한 김원봉 장군의 모습을 보고는 감격에 몸을 떨었습니다. 연설이 끝나는 순간, 김원봉 장군 만세! 김원봉 장군 만세! 몇 천 몇 만명의 군중이 일제히 두 손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연설의 내용은 다음날 아침, 담임선생님이 칠판에 써주셔서 지금도 외우고 있습니다…종남산은 옛날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남천강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동지들이 고인이 되었고, 민족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청년들은 백발의 노인이 되었죠.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누더기를 걸치고, 굶주림에 허덕이며 맨발로 걸어 다니는, 착취당하는 민중이 있다는 것입니다…밀양 사람의 7할이 빨갱이라고? 7할이라면 막 태어난 갓난아기와 다 죽어가는 노인 빼고 전부란 말입니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물어봤답니까? 아니면 역시 밀고입니까? 세상이 이렇게 되었으니 아무도 말은 안 하지만 종남산 기슭, 남천강가에서 태어난 밀양 사람이라면 다들 마음속으로 김원봉 장군 만세를 외치고 있을 겁니다.

제2의 크렘린…하하하, 제2의 모스크바 출신으로 제2의 크렘린에 다녔으니 빨갛게 물들지 않는 게 이상하겠군요. 하지만 경남상고를 제2의 크렘린이라 지칭하는 것은 당신네들 사찰계하고, 사찰계의 개 노릇이나 하는 전국학련 자식들뿐입니다…개가 되면 돈도 주고, 경찰과 은행에 취직도 할 수 있으니, 사상도 자부심도 심지도 없는 개가! 윽, 으으으윽, 으윽, 아이고오오오! 헉, 허억, 그건…당신네들이…더…더 잘 알 텐데…선생님들도 몇 분은…아이고, 아야! 아이고오오오…1, 2, 3학년 때는 들어오지 않지만 4, 5, 6학년 합치면 100명 정도는 될지도…이름? 모릅니다…정말…전원이 모이는 일은 없으니까…밀고하면 일망타진을 당하니까…당신네들도 얼굴하고 이름을 잘 아는 간부 몇 명하고만 연락을 취합니다….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