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드보르자크는 왜 ‘별난’ 마무리에 집착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안토닌 드보르자크
안토닌 드보르자크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들어본 곡은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였습니다. 처음 듣는 귀에도 애수와 박력을 모두 갖춘 멋진 곡으로 들렸지만, 마지막 화음이 울리는 순간 머릿속에 ‘…?’ 하는 물음표가 켜졌습니다. 한마디로 ‘이상하게’ 끝났기 때문입니다.

교향곡의 마무리는 통상 전 악기가 한꺼번에 장중하게 으뜸화음을 울리고 끝나기 마련인데, 이 곡은 강한 화음이 울린 뒤 플루트의 여린 소리를 길게 남기고 끝났습니다. 참 독특하다 싶었습니다.

드보르자크가 ‘별나게 끝나는’ 데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그의 여러 작품을 접한 뒤 확신으로 다가왔습니다. 통상적인 마무리를 가진 작품을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첼로협주곡은 강한 당김음을 준 뒤 멈칫하는 느낌으로 끝나고, 피아노 3중주곡 ‘둠키’는 갑자기 현란하게 고조되더니 무 자르듯 중단되는 느낌입니다.

드보르자크는 왜 작품을 특이하게 끝내는 데 집착했을까요. 내심을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상상은 가능합니다. 그는 프라하 교외에서 여인숙과 푸줏간을 경영하던 ‘촌사람’의 아들로 순박한 기질을 타고났습니다. “내 음악은 있는 체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윗도리 단추 하나 푼 것처럼 격식을 버리고 들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장중한 격식을 버린’ 작품의 마무리로 나타났을 수 있습니다.

또 그의 시대는 후기낭만주의의 절정기이자 저널리즘의 융성기였습니다. 작곡가마다, 작품마다 제각기 강렬한 개성을 선보이지 않으면 ‘특색이 없다’ ‘예전 작품을 답습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드보르자크의 작품들은 저마다 철저한 개성으로 무장했지만, 사람들이 작품마다의 개성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도록 ‘마무리’에 별난 장치를 했을 수 있겠습니다.

1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에서는 성시연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2 ‘드보르자크 vs 시벨리우스’를 연주합니다. 제목에는 두 작곡가를 넣었지만 이날은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입니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과 후스파(派) 서곡, 고봉인이 협연하는 첼로협주곡이 무대에 오릅니다. 역시 저마다 독특한 ‘끝맺음’을 가진 곡들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